각급 학교에 학부모회가 부활하면서 이를 통한 불법 찬조금 모금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치맛바람’의 온상이 아닌 봉사단 중심의 새로운 학부모회를 만들겠다던 교육과학기술부와 광주시교육청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현상이 빚어지는 모양새다.
광주의 한 학교에서는 학부모회를 통해 학급 당 130만 원의 회비를 모았다. 아이들 간식비 등이 회비를 모은 이유였다. 하지만, 서울 대원외고 불법 찬조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걷었던 회비를 다시 돌려줬다.
모 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걷었던 회비를 돌려줄테니 통장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학부모들에게 전화까지 했다.
비단 이 뿐만은 아니다. 모 초등학교에서는 교실 청소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학부모회에서 60만 원을 마련하기도 했고, ‘교실이 더럽다’는 교사의 말 한 마디에 학부모들이 ‘청소 용역비’를 걷는 학교도 있는 등 학부모회를 중심으로 한 불법 찬조금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이 지난 6일 ‘발전기금 조성시 모금액을 할당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강요하는 행위, 간부 학생 학부모를 중심으로 일정 금액을 할당해 모금하는 행위, 갹출금의 최저액을 설정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공문을 내린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교과부의 지침에 따른 학부모회 부활도 이와 무관치 않다. ‘촌지가 없어졌다고 하는데, 학부모회가 생기면서 예전처럼 돌아가는 것 아닌가’라는 게 대부분의 학부모들 생각이기 때문이다. ㅇ 씨는 “부모 입장에서는 학교에 그냥 갈 수가 없다”며 “아무리 정부에서 지원이 된다고는 하지만 담당 선생님이 있을 텐데 촌지가 우려스러운 것은 당연한 것이고 한두 명이 (촌지)바람을 일으키면 쉽게 바람을 타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또 “회비를 내라고 공식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모임이 구성되면 회비를 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실제 광주 모 초등학교 학부모 총회자리에서는 학부모회를 만들면서 ‘회비를 5만 원씩 내자’는 결정을 하기도 했다.
부작용은 또 있다. 학부모회 봉사단이 학부모들의 자발적 참여가 아닌 학교의 강요에 의해 구성되고 있는 것. 초등학교 4학년 아이를 둔 ㄱ 씨는 얼마 전 아이로부터 ‘학부모회 봉사단 가입서’를 건네받았다. ‘직장 때문에 바빠서 못한다’고 했다가 ‘왜? 해주면 안 돼’라고 아이가 졸라 가입서를 작성해 줬다. 마지못해 가입서 작성을 한 데는 ‘내 아이만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감도 작용했다.
ㅅ 씨는 얼마 전 아이 학교 학부모 총회에 나갔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직장에 다니는 터라 시간을 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 교육에 관해 선생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휴가를 내 일부러 참석한 학부모 총회였다. 그런데, 그의 생각은 빗나갔다. 학부모회를 만든다며, 반 대표와 총무를 뽑고 봉사단 가입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총회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교과부에서 지침이라며, 교육청이 내리고 학교에서는 강제적으로 학부모회를 만드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올 초 아이의 손에 들려져 왔던 ‘4대강 사업을 홍보하는 가정 통신문’이 떠올랐다. ‘교과부가 학부모회를 만드는 것이 이런 것을 편하게 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ㅅ 씨는 “학부모들은 어떤 생각이 있고, 어떤 말이 나올 수 있는 가에 대해 가능성을 조사라도 하고나서 학부모회를 만들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학생들도, 선생님도, 학부모도 힘들게 하는 게 학부모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성장 기자 hong@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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