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잘 알기 전에도 가장 좋아하는 시인은 윤동주였다. 물론 그때는 시라고 해봤자 나태주 시인의 '풀꽃'과 같이 유명한 시 중에서 가장 유명한 시 만을 알고 있긴 했다만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서시'는 특별한 감동이 있었다. 윤동주 시인의 인생과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배경, 다른 시들을 배우며 한층 더 윤동주 시인을 잘 이해한 지금,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기대를 가지기에 충분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만점의 만족이다. 윤동주 시인의 시에는 늘 순수함이 있다. 작품 외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생각하더라도 그의 시에는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귀결시키는 이타성과 순수, 그리움이 있다. 조국이 식민 지배를 당하는 시대를 살며 그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신의 무력함에 대한 원망, 부끄러움 등이 윤동주 시인의 시의 주된 내용이다. 이에 더해서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 같은 윤동주 시인이 살아 생전 좋아했던 외국 시인들의 이름이 몇 번 등장하는데 한국 문학의 정수 격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먼 나라의 냄새가 난다는 것이 색달랐고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이 느껴졌다. 작년 겨울 즈음에 백석 시인의 시집 '사슴'을 읽었는데 그 역시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자신의 시에 등장시켰다. 윤동주가 백석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백석에 대한 존경심 혹은 프랑시스, 릴케, 백석의 시가 둘의 취향과 비슷했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시집의 편집을 정말 잘 했다고 느꼈던 부분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에피타이저로 '서시'가 등장했던 부분인데 윤동주 시인의 시집을 읽고 있다는 자각과 동시에 감동에서 오는 소름이 매우 좋았다. 가장 인상깊었던 시를 뽑자면 '쉽게 쓰여진 시'와 '간'이다. '쉽게 쓰여진 시'의 선정 이유부터 먼저 이야기하자면 지금의 내 상황과 비슷했다. 의미없는 수업으로 하루를 보내기 일수,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하고 싶은 일과 상황은 진전되지 않는데 공부만 하고 있는 이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관철된 마음가짐으로 읽었던 '쉽게 쓰여진 시'는 나와 악수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내가 져주고 들어가긴 했지만 꽉 막힌 정신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감사하다. 다음으로 '간'에 대해 얘기해보자. '간'은 윤동주 시인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며 읽었을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시이다. 프로메테우스를 저항 의지를 내세우는 자신 혹은 독립 운동가들, 거북이를 조국을 식민 지배한 일제에 비유해 저항 정신을 내포하고 있는 시의 내용은 윤동주 시인이 주제 의식을 가졌던 사안을 명실히 드러낸다. 또한 프로메테우스라는 인물 자체의 등장도 조금 전에 이야기했던 먼 나라의 냄새가 나 인상깊었다. 끝으로 그의 작품에 하늘을 보고 부끄러워하는 구절이 자주 적혀있는데 마지막까지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반성했던 소중한 저항 시인 윤동주 시인이 자신이 일구어낸 조국의 독립, 발전, 그를 향한 사랑을 모두 느끼고 있길 바라며 마무리 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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