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를 읽고 난 후 미래 소설에 관심이 생겨 또 하나의 명작인 '멋진 신세계'를 읽어보게 되었다. 인상 깊은 부분들이 즐비했는데 우선 줄거리에 대해 짚고 넘어가겠다. 책 속의 배경이 되는 신세계는 과학이 극도로 발전된 미래의 사람들이 구축한 일종의 유토피아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신세계의 지배 계층의 사람들은 과거, 즉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를 미개한 것으로 치부하고 이와 관련된 모든 행동과 생각을 없애려 인구 수를 고정시키고 좋은 유전자 순으로 계급을 나누는 인공 수정과 태아 배양을 택한다. 인공적인 방법으로 구성된 신세계의 각 계급,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의 모든 사람들은 한 조물주에 의해 만들어진 셈이다. 그들은 모두 창작자의 사고방식을 따라가기 때문에 신세계 이전 세대들의 것을 무시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신세계는 현대와는 다른 관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어 사랑을 끔찍하고 미개한 것으로 치부하고 어린아이들의 성희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등 지금의 윤리 관점으로는 납득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사회이다. 생각과 행동이 완벽하게 설계되어 통제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인간이라는 칭호가 어색하기만 하다. 신세계의 특징을 두 가지 정도 더 이야기하자면 소마와 보호 구역이 되겠다. 소마는 복용 시 부정적인 감정을 즉시 해소시켜주는 일종의 약물인데 부작용이 없는 완벽한 마약이라 할 수 있다. 소마는 이러한 특징 때문에 각 계급의 급여로 지급되기도 한다. 보호 구역은 지금의 현대 시대에 살던 이전 세대들을 격리해놓은 곳으로 신세계의 이들이 미천하다 여기면서도 두려워하는 공간이다.인공 수정이 아닌 자연적으로 인간의 욕구에 따라 사랑을 나누며 종족을 발전해온 전 세대들을 격리 조치하며 보호 구역으로 지정해놓는 모습은 마치 우리가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어 동식물들의 구역을 보호구역이라고 지정해 관리하는 모습과 닮아있어 기분이 많이 찝찝했다. 그리고 그들은 감정이 결여되었다. 불행한 감정을 없애기 위해 소마를 개발해 복용하는 것도, 사랑이란 감정보다 육체적인 욕구에 이끌려 사랑을 나누는 것도 모두 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책에 등장하는 상징적인 단어들이 꽤나 재밌어 소개해보면 제목인 멋진 신세계는 추악한 신세계의 면모와 반대되는 단어로 작 중의 내용을 더욱 부각시킨다. 버나드의 알파 플러스 계급으로서의 부족한 면모는 이단의 입장에서 신세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임을 암시한다. 포드를 신성시하는 신세계의 세계관은 포드가 대량생산으로 향하는 길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획기적 변화를 일으킨 것에서 착안, 기존의 세계와 매우 달라졌다는 점을 부각한다. 마지막으로 '멋진 신세계'는 마지막의 총통과 존의 대화에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의 시점과 과학이 극도로 발달한 미래의 시점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사람들은 누군가를 격렬히 사랑하는 감정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다르고 불완전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신세계에서는 모두가 인공 수정되며 각자의 임무를 프로그래밍 받은 삶을 살기 때문에 모두가 개인의 삶에서 완전한 상태이고 각 계급의 구성원 모두가 동일하다. 그래서 신세계에서는 신,결혼,부모와 같은 것들을 받아들여질 수 없다. 그들은 서로가 원할 때에 육체적 사랑을 나누고 이 세계를 만든 포드 만을 찬양한다. 그들은 소마와 같은 과학 기술의 결정체로 인해 개인의 삶을 완벽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으며 이것은 극한으로 치우친 감정을 발생시키는 것을 막는다. 그렇기에 신세계의 구성원들은 존이 들려주는 보호 구역의 이야기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에 대해 놀라움, 공포 등 미지의 세계를 경험한 듯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존이 총통에게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했던 부분, 즉 신세계의 구성원들이 톱니바퀴 속에 끼워 맞춰져 지금의 삶보다 이상의 것을 바라지도 못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옳은 것이냐는 비판에는 나도 극명히 동의한다. 이 책의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이들에게 인간성이 결여되어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곳은 분명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확신한다. 그 구조 속에 살아가는 모두가 불쌍하고 안타깝다. 이러한 미래는 달갑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