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10반

3-10반 학급게시판입니다. 

 

(飛上) 꿈!

  • 선생님 : 이유진
  • 학생수 : 남 0명 / 여 27명

8.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비프케 로렌츠) / 공통(1학기)

이름 양시현 등록일 20.08.18 조회수 22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의 실수와 흑역사를 모두 지울 수 있다면?’ 정말 혹 하는 설정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찰리는 절친의 남자친구와 잠자리를 갖고, 쌍둥이가 있는 유부남을 사귀기도 하고, 부모님 몰래 대학을 때려친 뒤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그녀를 한 마디로 말괄량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어쨌든 대책 없이 저지르고 보는 그녀의 성격 탓에, 그녀에게는 다시는 기억하기 싫은 창피한 과거의 실수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그녀에게 한 헤드헌팅 회사는 과거를 지워주겠다는 제안을 하는데, 이를 받아들인 찰리는 바뀐 과거로 첫사랑과 결혼에도 성공하고 180° 뒤바뀐 삶을 살아간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해 단 한 줄로 설명하라면 나는 이 책의 9번째 챕터를 꼽고 싶다.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우를 일으키다.’ 그녀가 지운 과거는 청소년 시절, 친구의 남자친구와 잠자리를 갖다가 상처를 입은 단 한 토막의 기억뿐이었지만, 이것이 미친 파급력은 어마무시했다. ‘인연이라는 말이 나타내듯이, 한 사람의 생애에서 스쳐지나간 사람은 스쳐지나간 대로 그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몇 년 전의 일 하나가 달라진 것만으로 찰리는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직장의 동료 팀과 그곳의 손님이자 친구였던 게오르크 아저씨를 모두 잃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바로 음악이다. 찰리는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부자 친구들과의 동창회 이후 한껏 추락한 자존감을 달래기 위해 노래를 튼다. 이뿐만 아니라 첫사랑 모리츠와 재회했던 날 퇴근길에서도 찰리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동창회를 준비할 때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틀어놓는다. 책을 읽는 내내 그 장면에서 찰리가 듣던 노래를 함께 듣는 것도 재밌는 독서방법이었다. 이건 모두 작가가 찰리가 틀어놓았던 노래의 제목과 가수를 모두 명시해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Halsey3 Things를 찰리에게 추천해주고 싶었다. 앨범 표지의 색깔도 찰리와 매우 잘 어울린다.

어쨌든 이 책이 주는 교훈이랄까, 결론은 지금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었다. 찰리 역시 자신이 지웠던 과거 모두를 되찾고 현재 자기 곁에 있는 사람들과 자신에게 되돌아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아모르 파티와 비슷한 맥락인가? 학급 바칼로레아 활동 시간에 이 책의 내용과 비슷한 질문이 있었던 것 같다.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지금의 나는 내 과거의 총합인가?’ 특히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 나는 과거가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구속한다고 여겼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자기만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기초를 닦아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과거 없이는 자기가 진정으로 바라는 자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색다른 설정과 캐릭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렸던 생각을 바탕으로 친구들과 위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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