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믿음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되는 6 쓸말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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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병주 | 등록일 | 24.11.25 | 조회수 | 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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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말이 없다.
쓸 말이 없다. 목요일 1교시 종교 시간. 목사님께서 오셔서 갑자기 시를 쓰라고 하신다. 우리의 시를 노래로, 책으로 만든다고 하신다. 할 말이 없다. 어제 체육대회를 한 오늘. 내일은 금요일이라 집 가는 날이 기다려지는 오늘. 오늘 잘 지내고 내일 집에 가야지. ------------------------------------------ D-9일, 벌써 9일 남았다. 아직도 9일 남았다. 언제 끝날까? 라고 말하면서 안 끝나기를 바라는 내 마음. 맞다. 아직도 준비가 안 됐다. 좀 더 일찍 시작할걸 릴스 좀 그만 볼 걸 게으르지 좀 말았을걸 이 레퍼토리가 벌써 4년째다. 한심해 죽겠는데 진짜 죽을 수도 없어 답답하다. 이번엔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역시나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다음 시험은 진짜로 진짜로 일찍 준비해야겠다. ------------------------------------------------------------ 똑딱똑딱 저기 저 시계가 열심히 일한다. 저 친구는 힘들지 않을까? 부럽다. 아무리 뛰어도 힘들지 않으니, 더 부럽다. 힘든 소리, 싫은 소리 내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부럽다, 질투 난다, 지금도 시계는 열심히 일하고 있다. 나는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가?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는가? 내가 알맞은 길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점점 의미 없이 내가 무얼 하는지도 모르고 반항 한번 도전 한번 멈춰보겠다는 생각. 더 빨리 더 천천히 가보겠단 생각도, 도전도, 반항도, 안 하는 시계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아아 그렇구나! 저 시계는 나였구나! 아무런 반항 없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만 살아가는 나였구나! 문득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숴 버리고 싶다. 내 앞을 막고 있는 저 유리를 부수고 싶다. 평생 다른 사람의 인생을 보고 자기 위로나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더 이상 시계가 부럽지 않다. 나는 시계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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