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나눈 대화 한마디 한마디가 이번 전시회 작품의 소재가 됐습니다. 미술시간에 학생들이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찰흙을 만져 동물모양을 만들고 도자기도 빚는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이 전시돼 많은 사람들과 만난다. 학생들은 작가의 입장에서 전시회에 다녀간 사람들이 남긴 감상평을 손끝으로 찬찬히 읽는다. 칭찬과 격려 속에 마음이 더욱 단단해진다. 이 학생들은 맹아학교에 다니고 있다. 2014년 12월에 처음 대중과 만난 ‘도마뱀이 된 코끼리’ 전시회가 20일 세번째 이야기를 들고 전주 한옥마을에 찾아왔다. 2년 전 이 전시회를 기획해 이끌어 온 전북맹아학교 정문수 교감(46)은 “시각장애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가 늘 궁금했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전주 한옥마을 공예품 전시관에서 만난 정 교감은 “학교는 익산에 있지만 학생들의 작품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싶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에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며 오픈 준비로 분주한 전시회장을 흐뭇한 표정으로 둘러봤다. 전시회는 20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정 교감은 전시회 타이틀에 대해 “예전에 한 시각장애 학생이 찰흙으로 코끼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몸통이 길쭉해지는 바람에 도마뱀 모양이 된 적이 있다”며 “코끼리가 도마뱀이 되더라도 학생들이 느끼는 바를 자유롭게 표현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유치부에서 고등부까지 운영되는 이 학교 전체 학생의 반절이 넘는 37명이 작가로 참여해 회화 33점과 조소 140점을 전시한다. 정 교감은 “지난해 작가로 참여한 학생들에게 관람객들이 남긴 감상평을 점자로 인쇄해 전달했다”며 “어른부터 아이까지 자신이 만든 작품에 관심을 가진다는 걸 알고 학생들이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정 교감은 “ 미술 선생님도 있지만 ‘색 감정’을 가르치는 시간이 가장 힘들었다”며 “교과서에 나온대로 ‘빨강은 정열, 파랑은 냉정을 상징한다’고 아이들에게 설명을 했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앞을 보지 못한 학생들이 그 개념을 이해하는데는 분명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약속’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스스로가 틀에 갇혀있는 게 아닌지 늘 고민했다고 한다. 정 교감은 “교사가 먼저 깨어 있어야 학생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며 “그래야 학생들도 마음을 열고 가능성을 맘껏 뽐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평소 학생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려고 한다”며 “그 대화 하나 하나가 이번 전시회 작품의 소재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 내 저시력 지원센터 등에서 학생들이 도움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며 “시각 장애 학생들이 사회에서 위축되지 않고 재능을 살려 열심히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