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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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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한상 등록일 24.05.13 조회수 19

모란이 피네

 

     송찬호

 

외로운 홑몸 그 종지기가 죽고

종탑만 남아 있는 골짜기를 지나

마지막 종소리를

이렇게 보자기에 싸 왔어요

 

그런데 얘야, 그게 장엄한 사원의 종소리라면

의젓하게 가마에 태워 오지 그러느냐

혹, 어느 잔혹한 전쟁처럼

그것의 코만 베어 온 것 아니냐

머리만 떼어 온 것 아니냐,

이리 투정하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긴긴 오뉴월 한낮

마지막 벙그는 종소리를

당신께 보여주려고,

꽃모서리까지 환하게

펼쳐놓는 모란보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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