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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자(師父子)가 함께한 특별한 캠핑
작성자 이재환 등록일 16.11.07 조회수 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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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자(師父子)가 함께한 특별한 캠핑

사방이 온통 푸름으로 짙어가던 지난 6월 25일 토요일, 고창군 무장면에 위치하고 있는 영선중학교(전국단위모집 자율학교)는 특별한 캠핑을 준비하고 있었다. 교사, 학부모, 학생 이른바 사부자(師父子)가 함께하는 캠핑이다. 이번 일정은 ‘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길 걷기’와 ‘소중한 우리 가족’이라는 주제로 1박 2일의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 거주하시는 부모님들은 새벽부터 출발하여 학교에 도착하셨다. 약간의 피곤함도 있었겠지만 출발할 때만큼은 서로의 얼굴에서 기대와 설렘을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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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꿈은 질마재를 타고

고창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사계절 아름다운 선운산과 생명력 넘치는 갯벌과 습지가 있고, 민물장어가 서식하는 강이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선사시대 고인돌 유적지가 있는가 하면, 조선시대에 축조된 고창읍성도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러한 고창 땅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려면 100리에 이르는 질마재길을 두 발로 직접 걸어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2013년 5월 28일, 프랑스에서 열린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계획(MAB) 국제조정이사회'에서 고창군 전역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등재되었다. 보전지역 등재는 국내에서 설악산 국립공원, 제주도, 신안 다도해, 광릉 숲에 이어 5번째이며 행정구역 전체가 등재된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이와 함께 우리 학교는 2014년 3월, 한국유네스코 위원회 유네스코 학교로 지정되어 우리 고창 지역의 생물권을 보호하고, 나아가 국제봉사에 앞장서기 위해 교내 유네스코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특별히 오늘은 15개의 가족이 교사와 함께 질마재길 탐방에 나선 것이다. ‘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길’은 모두 4개의 코스로 나눠지는데 우리는 제 1코스인 고인돌 길을 선택했다. 고인돌 길은 총 거리 8.89km로 고인돌 박물관에서 시작하여 고인돌 유적지, 생태습지 연못, 운곡저수지, 용계리와 청자도요지, 장살비재로 연결되고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따가운 햇볕이 비추어 다소 무더운 날씨였지만 나무 그늘이 우거져 햇볕을 막아주고 이내 시원한 바람이 콧등 위로 스쳐지나가며 우리의 여정에 힘을 더해 주었다. 길을 따라 펼쳐진 기막힌 절경에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기며 그렇게 우리는 질마재길과 함께하고 있었다. 그리고 찬찬히 곱씹으며 둘러볼 수 있었다.

#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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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마재길 탐방 후 근처 고창오토캠핑장에 도착하여 카라반과 텐트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 잠깐의 휴식시간을 갖고 이내 정성껏 준비해온 음식재료를 꺼내어 저녁 식사를 준비하였다. 대부분 가족들의 저녁 메뉴로는 캠핑에 빠질 수 없는 삼겹살 바베큐가 메인 요리로 등장하였고 또한 가족의 입맛에 따라 다양한 메뉴가 총출동 하였다. 이날 특이하게도 주로 아버지들이 나서서 식사준비를 하시고 설거지까지 마무리 하시는 훈훈한 모습이 연출되었다. 평소 무뚝뚝했던 아들들도 아버지를 따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볼거리 중 하나였다. 그렇게 맛있는 식사 후 자리를 정리하고 온가족이 잔디밭에 둘러 앉아 화합의 시간을 가졌다. 비록 무대장치도 없고 음향장비도 소박했지만 우리의 흥을 이끌어내는 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 날을 위해 평소 갈고 닦은 학생들의 춤과 노래가 이어졌고, 가족 단위 퀴즈풀기와 각종 게임도 함께 진행되었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바로 아버지들의 춤 대결이었다. 엉성하지만 가족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해 팔과 다리, 그리고 몸을 흔드시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한 바탕 대폭소가 지나간 후, 한 어머니의 제안으로 어머니 대표들도 나와서 그동안 숨겨뒀던 춤 실력을 방출했고 모든 사람들은 일시에 배를 부여잡고 웃고 즐기는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한참을 즐기는 동안 소중한 추억과 함께 밤도 깊어갔다. 그리고 자녀가 부모님께 쓴, 손 편지를 낭송하는 시간에는 감동이 북받쳐 올라와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가장 가까이에 있어 소중함을 모르고 살았던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가족이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찡함이 있었다.


# 하늘을 수놓은 멋진 별자리 여행
우리학교에는 전라북도 중학교에서 유일하게 플라네타륨과 천체 관측대가 설치되어 있다. 또한 “Meade LX850 14”를 비롯해 Tec140mm APO 굴절망원경, Celestron 8inch SCT 반사 망원경 등이 구비되어 있다. 이 날은 특별히 과학 선생님과 천문 동아리 학생들의 도움으로 야외에서 별자리를 보는 행운을 안았다. 해질녘까지 구름이 많아서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날씨가 맑아져서 짙은 어둠과 함께 별 보기에 딱 좋은 여건이 조성되었다. 레크레이션 행사가 끝난 뒤 미리 설치해놓은 망원경으로 목성, 토성, 화성, 그리고 거문고자리, 백조자리 등을 관측할 수 있었다. 특히 학부모님과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를 끌었던 별은 바로 토성이었다. 과학 선생님께서는 별자리들의 신화를 비롯해 유래, 별칭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누구나 어렸을 때 한번쯤은 우주를 동경하고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우주에 그려보았을 것이다. 나 역시 거대하고 끝없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꿈을 꾸던 시절이 있었다. 오늘 이 시간은 평소 tv와 책에서만 보던 여러 별자리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정말 신기했고, 오랜만에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 다시 일상으로
24절기 중 열 번째 절기인 하지가 지난 후라 금세 아침이 밝았다. 부시시한 눈을 비비며 우리는 아침 식사 전, 가볍게 캠핑장 주변의 산책로를 걸으며 맑은 공기를 맘껏 들이마셨다. 둘째 날 아침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이 그렇게 산책 후 아침식사를 하고 주변을 정리했다. 학교에서 미리 준비해온 쓰레기봉투를 꺼내 1박 2일 동안 우리가 남긴 흔적들을 깨끗이 정리했다. 학생들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열심히 쓰레기를 줍고 분리수거를 하였다. 그리고 단체 사진 촬영 후 일정을 마무리했다.
즐거운 시간은 이렇게 빨리도 지나간다.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사람과 함께한 시간이어서 더욱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다시 학교에서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지도해야 할 것이고, 학생들은 목표한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부모님들은 일터와 가정, 삶의 현장에서 그들의 자리를 지켜내며 치열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1박 2일 동안 느꼈던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들은 우리 모두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또한 우리는 행복했던 이 시간들에 힘입어 각자의 위치에서 정성껏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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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선중학교 교사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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