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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쉼터 학생 서울대 인문계열 정시 합격
작성자 완산고 등록일 25.03.07 조회수 34

“내가 받은 도움을 사회에 100배, 1000배 되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당장 현실은 교수님이 어려운 과제를 내주실까 봐 걱정되는 25학번 신입생이지만요. 하하하.”

6일 오후 서울대 관악 캠퍼스 인문대학에서 만난 신정현씨. 그는 지난 4년간 제주시 청소년 쉼터에서 지내며 대입을 준비한 끝에 올해 서울대에 합격했다. 신씨는

6일 서울대 관악 캠퍼스에서 만난 인문대학 신입생 신정현(19)씨는 상경한 지 일주일째 된 제주 출신 청년이다. 앳된 얼굴의 신씨는 서울대 캠퍼스를 둘러보며 들뜬 표정이었다. 그는 가정 밖 청소년들에게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복지 시설인 ‘제주시 청소년 쉼터’에서 4년간 지내며 고입·고졸 검정고시를 거쳤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선 좋은 성적으로 서울대 인문 계열에 최종 합격했다. “학교에 다니지 않은 지 벌써 4년이 넘어서 그런지, 대학 수업을 듣는 것 자체가 너무 설레요.”

신씨가 서울대에 입학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가 제주시 청소년 쉼터에 입소한 건 4년 전인 2021년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당시 집안 사정으로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와 떨어져 아버지, 누나와 함께 인천에서 제주도로 이사했다. 갑자기 바뀐 환경에 적응이 어려웠던 신씨는 학교에 무단결석하는 등 방황했다.

가정 갈등이 깊어지면서 신씨는 본래 가정에서 지내기 어려워졌고, 청소년 쉼터로 떠났다. 신씨는 쉼터에서 또래 학생 6~7명과 사회복지사·청소년 상담사 등 보호자 7명과 함께 지냈다. 중학교 때까지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 그는 “하위 98% 성적을 받았었다”며 “그때까지 평생 읽은 책이 10권도 채 안 될 정도였다”고 했다.

방황하던 신씨는 “나중에 공장에라도 취직하려면 고등학교 졸업장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2022년 중졸, 이듬해 고졸 검정고시로 졸업장을 땄다. 신씨는 “주변 어른들이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주고, 자랑스럽다고 말씀해주셔 나도 모르게 공부에 의욕이 생겼다“며 ”그러다 보니 마음속에 ‘대학까지 가보자’는 결심이 섰다”고 했다. 그는 학원과 독서실을 오가며 하루 10시간 넘게 공부에 매진했다.

1800개 단어가 적힌 영단어장을 통째로 외우고, 안 풀리는 수학 문제가 있으면 1시간 넘게 고민했다. 국어 문제를 풀 때는 문제마다 정답, 오답인 이유를 적어 자신만의 답지를 만들었다. 평균 5등급이 2등급이 되기까지 약 6개월, 2등급이 1등급이 되기까지 약 1년이 걸렸다.

신씨는 지난해 입시 준비를 하면서 간암을 앓는 아버지를 위해 간이식 적합 검사를 받았다. 수능을 치른 직후 간이식 수술도 받았다. 또 지병으로 기흉을 앓아 1년에 한 번씩은 꼭 응급실에 갔던 신씨는 수능을 두 달 앞둔 작년 9월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2주 동안 병원 신세를 진 신씨는 불안감, 후유증 걱정에 밤잠을 설쳤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신씨는 서울대, 연세대, 중앙대에 합격했다. 철학에 관심이 많아 인문대에 진학하기로 했다. 신씨를 지난 4년간 옆에서 지켜본 윤인노 제주시 청소년 쉼터 소장은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잘 이겨내고 목표를 이뤄내다니 한 편의 영화 같다”고 했다.

그런데 신씨는 서울대에 합격하고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 대학에 진학하게 돼 쉼터 퇴소 청소년에게 지원되는 ‘쉼터 퇴소 청소년 주거 정착금’을 받을 수 없었고, 몸이 아픈 아버지 역시 신씨 생활비를 지원할 수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윤 소장은 각종 장학금 지원 사업을 찾고 쉼터 후원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지역 언론을 통해 신씨 사연이 알려지자 후원 문의가 줄을 이었다. 지난달 25일 경해 장학 복지 재단은 신씨에게 장학금 300만원을, 재단법인 산호장학회, 농협은행 제주본부, 제주드림타워 복합 리조트는 500만원을 각각 지원했다. 개인 신분으로 신씨를 후원하겠다고 나선 제주 주민도 10여 명이었다. 적게는 10만원부터 많게는 300만원까지 돈을 보탰다.

신씨는 “학자가 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든, 직접적으로 타인을 돕는 직업에 종사하든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할지 대학 생활을 하며 고민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간 내게 찾아온 어려움을 ‘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 통제할 수 없는 환경으로 받아들이려 했다”며 “내리는 비에 젖지 않을 수 없듯 정서적으로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소장님과 가족들을 비롯해 그때마다 곁을 지켜준 분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나와 비슷한 환경에 놓인 친구들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 도움을 받는 일이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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