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쟁이 - 한 탁 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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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병주 | 등록일 | 18.10.30 | 조회수 | 151 |
밤새 모든 것을 쏟아내어 하늘도 개운했을 아침 비가그쳐 잔잔해진 물웅덩이 위에 소금쟁이 한 마리가 외롭게 떠 있었다. "어디서 왔어?" "어떻게 왔어?" 등교중이던 소년은 걸음을 멈추어 실내화 가방을 옆에 두고 쪼그려 앉아 그렇게 연거푸 물었다. "분명히 맨땅이었는데.." 까맣고 작은 몸집에 가느다란 다리로 힘겹게 버티고 있는. 녀석은 참 비밀이 많은 친구였다. 궁금해하는 소년에게 웅덩이에 비친 파아란 하늘이 대신 말해주었다. 이 작은 친구는 하나님이 보내주셨다고.
결국 그날 지각을 하게 되었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방과후에 소금쟁이를 다시 볼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햇빛은 왜 그리도 넉넉하게 쏟아지는지. 교실에서 내내 창 밖을 바라보던 소년의 마음도 함께 타갔다. 날이 좋아져 운동장으로 뛰쳐나온 아이들의 함성소리를 뒤로하고 다시 소금쟁이를 보았던 분식집 앞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웅덩이는 말라있었고 그렇게 소금쟁이는 소년의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주고 사라지고난 후였다.
어릴적 소금쟁이에 대한 회상을 자주하게 되는 것은 단순히 날씨 탓은 아닌 것 같다. 그날 사라진 소금쟁이를 나는 교회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를 찾아온 새로운 얼굴들을 볼때마다. 나는 여전히 묻고 싶다. "어디서 왔어?" "어떻게 왔어?" 그들의 인생속에 어떤 목마름으로 어떤 아픔으로 혹 어떤 호기심으로 지금 여기 앉아있는 것 인지. 하지만, 여전히 비밀이 많은 친구들이다.
홀로 삶을 지탱하고 있던 그들의 가녀린 다리들을 보면 눈물이 난다. 하나님은 그때마다 말씀 해 주신다. "탁훈아, 내가 보냈어" 그리고, 앞으로도 이곳에 갈길 잃은 소금쟁이를 보내주실거라고. 단, 우리들의 눈물로 만든 웅덩이가 매마르지 않게, 눈물을 아끼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부탁하신다.
한 때, 우리는 모두 소금쟁이였음을. 우리네 인생 어디로와서, 어디로가는지 몰랐던. 어머니의 눈물의 웅덩이에 친구들의 눈물의 웅덩이에 선생님의 눈물의 웅덩이에 누군가의 눈물의 웅덩이에 찾아온 아주 작은, 너무나 사랑스러운 소금쟁이였다고. ---------------------------------------- 28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29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30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하시니라 마태복음 11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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