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12.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2024.09.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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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무흔 | 등록일 | 24.09.03 | 조회수 | 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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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12.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2024.09.02.)
1학년 미술시간이다.
웃음이 넘친다. 조그만한 투명판 너머로 친구들의 얼굴이 멋쩍게 보인다. 보이는데로 얼굴을 그린다. 그려진 얼굴은 실제와 다르지만 괜찮다. 난 내 친구가 좋으니까. 미술샘이 시인 이성복님의 ‘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를 보드판에 쓴게 교실 한 켠 눈에 띈다.
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 (시인 이성복)
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 조금만 실수해도 얼굴에 나타나는 아이, “아 미치겠네” 중얼거리는 아이, 별것 아닌 일에 ‘애들이 나 보면 가만 안 두겠지?’ 걱정하는 아이, 좀처럼 웃지 않는 아이, 좀처럼 안 웃어도 피곤한 기색이면 내 옆에 와 앉아도 주는 아이, 좀처럼 기 안 죽고 주눅 안 드는 아이, 제 마음에 안 들면 아무나 박아 버려도 제 할 일 칼같이 하는 아이, 조금은 썰렁하고 조금은 삐딱하고 조금은 힘든, 힘든 그런 아이들. 아, 저 아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내 품에 안겨 들면 나는 휘청이며 너울거리는 거대한 나무가 된다.
사진 1학년 LC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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