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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낯선 여행 [나침반 진로탐색]
작성자 이진원 등록일 22.09.26 조회수 97

어느 날 도망치듯 여행을 떠나 본 일이 있니? 나는 그랬던 기억이 있어. 그날이 그날 같은 반복된 일상에 갑갑함을 느낀 나머지 가족과 함께 훌쩍 여행을 떠나기로 했어. 평소 같으면 계획도 세우고 준비도 많이 하고 떠났을 텐데 이런 나의 성향과 맞지 않게 충동적으로 일을 저질렀어.  

갑작스럽게 항공권을 끊다 보니 두 배 비싼 가격에 여러모로 손해를 감수하고 떠난 여행이었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지. 나는 물론 우리 모두 지쳐 있었거든. 우리가 사는 곳에서 가장 먼 곳으로 가보자며 떠난 여행이었어.   

우리에게 주어진 휴가 기간이 많지 않았고 자금 또한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도 내에서 최대한 멀리 가보기로 한 거지. 남태평양의 어느 섬으로가기로 했어.  

우린 병원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 살다가 한국 땅을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왔기에 남태평양에서 맞이한 공기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어. 신선한 공기, 색다른 음식, 황홀한 노을까지, 모든 게 낯설게 다가왔어.  

해변에서 바비큐를 먹고 이대로 숙소로 들어가기가 아쉬워서 해변에 앉아 한동안 석양을 보았어. 석양이 수평선을 넘어가자 남태평양의 쏟아질 듯한 별들이 보이기 시작했어. 우리는 그동안 살아보지 않은 다른 땅에서 별을 보고 있다는 즐거움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웠어.  

그러던 중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는데, 별자리 선생인 아내의 설명을 듣고나니 아시아의 한반도 땅에서는 볼 수 없는 별자리가 그곳에 있었고, 내가 사는 땅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도 그곳에서는 다른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는 거야.  

평생을 한 나라에서 나고 자란 나로서는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별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거지.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던 곳에서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기에 발견할 수 있는 진실이었어.  

생각해 보니 내가 그동안 살고 있던 곳은 나의 작은 세계였더라고. 나는 그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했지. 그곳에서 배운 말, 그곳에서 배운 문화, 그곳에서 경험한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 그런데 많은 시간을 이동해서 본 하늘은 분명 달랐고, 그곳에서 본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에 서 있었던 거지.   

우리는 혹시, 매일 같은 하늘을 보고 같은 환경을 보며 그것이 마치 세계의 전부인 양 좁은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닐까?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면 그만큼의 사람이 될 수 있는 존재임에도, 우리가 경험한 한계 때문에 같은 것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여행을 다녀오면서 내가 SNS에 올린 글이야.  

여행은 평소에는 경험하지 못하는 낯선 것을 경험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인식의 지평이 넓어진다. 우리는 익숙한 환경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느끼기보다는 같은 패턴의 일을 습관적으로 반복하면서 ‘산다’라는 동사적 의미를 제대로 실현하기 어렵다.  

물론, 평범한 일상에서 최선을 다하고 성실함 속에서 얻는 성장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가끔은 낯선 곳, 낯선 경험을 위한 여행을 감행하면서 패턴을 흔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여행하면서 돈을 내고 피곤함과 불편함을 얻는 이유는 이러한 낯선 경험을 하기 위해서다. 이 낯선 경험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느끼지 못했던,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 내가 살고 있는 환경 밖에 이런 세상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이러한 사람들이 있고, 이러한 삶이 있었음을 눈으로 확인하며 나는 또 한 번 인식의 폭이 넓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여행이 즐겁고 풍성했다면 일상의 시간으로 돌아오는 것이 두렵겠지만 여행이 고되고 낯선 정도가 심했다면 일상의 시간이 감사하게 다가올 것이다.  

여행에는 이런 두 가지가 다 필요하다.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 여행의 특징이기에 일상의 의미를 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낯선 시간을 통해 확장된 내가 살아가는 이 일상은 그것을 경험하기 전과는 다르다. 낯섦이라는 세계와의 만남을 통해 성장과 배움이 있는 우리의 삶이 되어가길 바란다.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장소와 환경을 만나면서, 그리고 여행을 떠나기 전과 후가 많이 달라져 있는 나를 보면서 쓴 글이야. 그렇다면 우리가 만날 세상과 여러 가지 상황들이 우리를 얼마나 많이 성장시킬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볼 수 있겠지?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혹시 봤니? 그 드라마에서 둘째이기 때문에 항상 서운한 점이 많았던 ‘덕선’의 이야기가 주요 에피소드로 나온 장면이 있었어. 자기 생일인데 자신만을 위한 케이크 하나 사 주지 않은 가족에 대한 원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아버지가 케이크를 사 와서 둘째 덕선에게 선물을 해 주지. 그러면서 이런 말을 해.  

“아빠가 잘 몰라서 그려. 아빠도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아니잖어.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니깐... 긍께 우리 딸이 쪼까 봐줘”  

이 말을 듣고서 많은 부모가 공감하고 눈물을 흘렸다고 해. 항상 어른이기 때문에 잘해야 했고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어른의 역할도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역할이었다는 것을 안 거지. 아빠도, 엄마도 결국 시행착오를 통해 배워 간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거야.  

그렇게 보면 좌충우돌하며 이랬다저랬다 하는 삶을 사는 너희 청소년들도 이렇게 말할 수 있겠지…. “태어날 때부터 청소년이 아니잖어. 긍께 어른들께서 쪼까 기다려 주셔요~”

그래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베테랑일 수 없고, 지금도 계속 성장 중이고 배우고 있어. 배운다는 것은 쉴 새 없이 넘어지고 다치고 실패하면서 알아가는 과정이니까. 지
금 너희가 겪고 있는 불확실성과 불안정성, 미흡함은 당연한 과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 우리는 모두 인생을 처음 사니까.  

이렇게 처음 인생을 살아 보기에 우리가 태어나서 겪는 일들이 어찌 보면 모두 낯선 곳을 여행하는 일과 같아. 앞에서 내가 먼 곳을 떠나는 데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지. 우리는 지금도 용기를 내어 용감하게 살아가고 있어. 삶이라는 너무나 무시무시한 낯선 여행을 말이야.  

그래도 실제 여행은 처음과 끝이 있고 나름의 정보에 따라 가벼운 설정과 루트를 구성해 보기라도 할 수 있지만, 우리의 삶은 그럴 수도 없잖아? 계속 몸으로 부딪치고 깨지고 구르면서 커 가는 것 아니겠어?  

지금 네 삶이 두렵고 당황스럽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지금 낯선 곳을 여행 중이라고 말이야. 모든 것이 새롭고 두려움의 연속이고, 내가 선택해야만 하고 겪어 내야만 진정한 여행의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거야. 어때? 살아 볼 만한 인생 아니니?  

* 자료 제공=미디어숲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566 기사 이동 시 본 기사 URL을 반드시 기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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