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에나 있는 글루탐산 그리고 ‘MSG’ - 미생물 발효 활용해 대량생산 - ‘먹어선 안 된다?’ MSG 유해 논란 - FDA·WHO·식약처 등 “MSG 평생 먹어도 안전” - MSG, 그래도 불안하다면?
요리 초보도 일류 요리사처럼 만들어 주는 ‘마법의 가루’가 있다. 바로 식품첨가물 ‘MSG.’ 고급 식재료가 없어도,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이 합성조미료를 조금만 넣으면 완성도 높은 요리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항간에는 MSG를 두고 ‘인체에 유해하다’, ‘먹어선 안될 것’ 등 부정적인 인식이 퍼져있다. 이는 과연 사실일까. 지금부터 MSG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파헤쳐 보자. 항간(巷間) | 일반 사람들 사이
어디에나 있는 글루탐산 그리고 ‘MSG’ 음식을 섭취했을 때 우리가 감칠맛을 느끼는 이유는 ‘글루탐산(glutamic acid)’ 때문이다. 글루탐산은 단백질을 구성하고 있는 20가지 아미노산 가운데 하나로, 모유나 우유, 유제품, 알, 육류, 어류, 채소류 등과 같이 동·식물성 단백질 함유 식품에 천연으로 존재한다.
예로부터 다시마나 멸치, 무, 파 등 어류와 채소로 육수를 우리고, 콩을 발효시켜 간장이나 된장, 청국장 등을 만들어 먹는 것, 젓갈을 담아 숙성시켜 먹고, 치즈, 감자, 토마토, 옥수수 등을 곁들여 먹는 것 등 모두 이 글루탐산 성분을 이용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 몸에 들어온 글루탐산은 95% 이상이 장내 에너지원으로 소비된다.
MSG는 바로 이 글루탐산에 ‘나트륨(sodium)’을 결합해 신맛을 없애고 용해도를 높인 물질 ‘L-글루탐산나트륨(Mono-Sodium L-Glutamate)’이다. MSG는 각종 조미료와 소스, 가공식품 등에 첨가돼 식품에 감칠맛과 향을 더하는 작용을 한다.
미생물 발효 활용해 대량생산 1908년 일본의 한 화학자는 다시마를 우려낸 국물에서 나는 풍미를 연구하던 중, 감칠맛이 글루탐산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처음에 밀가루 단백질 글루텐을 분해해 MSG를 생산하다가 1960년대부터 미생물 발효 공법을 활용한 대량생산에 성공해 최초의 인공 합성 조미료 시대를 열어 나갔다.
MSG는 화학적으로 합성하거나 변형하지 않으며 전 세계적으로 미생물, 동식물 등에서 추출·정제·농축하는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생산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원당을 미생물의 일종인 코리네박테리움 혹은 브레비박테리움에 당밀(설탕)을 먹인다. 이후 미생물들이 글루탐산을 생성하면, 글루탐산을 분리하고 수산화나트륨을 이용해 글루탐산에 나트륨을 결합한다. 그 다음 불순물을 제거하고 MSG를 결정화하면 백색 무취의 가루 ‘MSG’가 만들어진다.
원당(原糖) | 설탕의 원료가 되는, 정제하지 아니한 설탕 발효(醱酵) |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유기물이 분해되는 현상
‘먹어선 안 된다?’ MSG 유해 논란 MSG는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MSG를 조금만 넣어도 음식에 여러 가지 고급 식재료를 첨가한 듯한 풍부한 맛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요식업계는 물론이고 통조림, 감자칩 등의 가공식품, 심지어 이유식에 사용될 정도였다.
그러나 MSG가 첨가된 음식은 언제부터인가 ‘먹어선 안 되는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이는 1960년대 말, 미국의 과학 전문 저널 [사이언스]에 “다량의 MSG를 섭취하면 두통, 근육경련,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난다” 라고 하는 논문이 게재되면서 부터였다.
이러한 증상은 주로 중국 식당에서 만들어진 음식을 먹고 나타난다고 해서 ‘중국음식점 증후군(CRS)’이라고도 불렸다. 이에 따라 당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MSG의 하루 섭취량을 제한했고, 신생아용 음식에는 첨가 자체를 금지하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1990년대 초 국내 한 대형식품회사가 “자사의 조미료에는 화학적 합성품인 MSG를 넣지 않았습니다”라는 문구로 광고를 시작하면서 MSG는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퍼지게 됐다.
FDA·WHO·식약처 등 “MSG 평생 먹어도 안전” 그런데 항간에는 여전히 L-글루탐산나트륨, 즉 MSG를 먹으면 각종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안전을 위해 MSG를 선뜻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오해다.
FDA와 세계보건기구(WHO),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전문 기관들은 입을 모아 “MSG는 평생 먹어도 안전하다”라며 MSG가 무해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WH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식품첨가물의 안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합동으로 만든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세 번에 걸쳐 글루탐산의 안정성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MSG를 가장 안전한 분류인 ‘일일섭취허용량을 특정하지 않음’으로 지정했다. 1991년 유럽연합 식품과학위원회(SCF) 또한 같은 의견을 밝히는 보고서를 발행하기도 했다.
1995년에는 FDA와 WHO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MSG는 평생 먹어도 안전한 첨가물로 이미 판명됐다”라고 밝혀 안전성을 재확인했다. 또한 2002년 호주·뉴질랜드식품국은 “식품에 통상적으로 쓰이는 MSG의 사용량은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공표했다.
다만, 세계 인구 1% 미만의 매우 민감한 사람들은 한번에 다량의 MSG를 섭취할 경우 ‘두통, 얼얼함, 따끔따끔함, 홍조, 근육 긴장, 쇠약’과 같은 ‘일시적인’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식약처도 2014년 “MSG는 평생 먹어도 안전하다”라고 발표하면서, 이것이 인체에 해가 된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1월 1일부터는 MSG의 정식 표기가 ‘화학적 합성품’에서 ‘향미증진제’로 변경되면서 20여년 만에 화학적 합성품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내수용 라면에 MSG가 없는 이유 그러나 수차례 안전성이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MSG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MSG를 사용하고 있는데다가, 일부 음식점에서는 맛 없는 요리, 질 낮은 재료로 조리한 음식에 MSG를 듬뿍 넣어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MSG는 원래 그 자체로 맛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사용하면 음식 맛이 이상해진다. 게다가 이렇게 MSG로 덮어버린 음식을 양심없이 비싼 가격에 팔고 있다면? 맛도 없는 음식을 비싼 값 주고 사먹어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MSG 들어간 음식에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실제로 이러한 MSG를 향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해외로 수출되는 라면에는 MSG를 첨가하지만, 한국 내수용으로 판매되는 라면에는 MSG를 넣지 못하는 웃픈(?)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오히려 MSG의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사람들이 MSG가 들어간 감칠맛에 길들여지고 이윽고 중독되면 혀가 점점 더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되는데, 그런 ‘입에서 너무 맛있는’ 음식만 찾다보면 비만 등 각종 질병에 걸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해하지 않다고 해도 MSG에 너무 의존하지 않는 것이 좋다.
MSG, 그래도 불안하다면? MSG는 나트륨을 함유하고 있지만 같은 무게의 소금과 비교하면 3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음식의 풍미와 감칠맛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소금 대신 사용하면 나트륨 섭취를 줄이면서도 식사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MSG를 일반 소금과 함께 사용하면 전체 나트륨 섭취를 20~40%까지 줄일 수 있다”라며 “독성면에서는 소금에 비해 30~40배 안전한 것으로 나타나 MGS가 독성이 있다고 믿으면 절대로 소금을 먹어서는 안 될 정도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아직도 MSG가 불안한가? 그렇다면 감칠맛 내는 글루탐산이 듬뿍 들어간 천연 재료를 넣은 음식을 먹자. 육수를 낼 때 다시마나 멸치, 새우, 버섯 등을 가루로 내서 조미료로 사용하거나 쇠고기, 돼지고기, 양파 등을 넣어서 요리하면 풍미 가득한 음식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