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2016 (수) 5.18 민주화 운동 36주년 되는 날. 잔잔하게, 그러나 깊고 진하게 그 날의 의미를 새기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함께 나누었던 김남주 시인의 시 한 편.. 옮겨 봅니다. * 학살·2
오월 어느날이었다 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80년 오월 어느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리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앗다 전투경찰이 군인으로 대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들어오는 모둔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날 낮이었다 낮 12시 나는 보았다 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이민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민족의 약탈과도 같은 일군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아 얼마나 무서운 낮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노골적인 낮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날 밤이었다
밤 12시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놓은 심장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 밤 1시 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 12시 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의 눈동자를 파먹고 밤 12시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
아 얼마나 끔찍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조직적인 학살의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 낮이었다
낮 12시 하늘은 핏빛의 붉은 천이었다 낮 12시 거리는 한 집 건너 울지 않는 잡이 없었다 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올려 얼굴을 가려 버렸다 낮 12시 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숨을 거둬 버렸다
아 게르니카의 학살도 이리 처참하지는 않았으리 아 악마의 음모도 이리 치밀하지는 않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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