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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과’ “목이 터지고 ‘소리몸살’ 나도록 연습했어요” [서울대 전공 인터뷰]
작성자 이진원 등록일 22.06.15 조회수 61
*사진 출처=wikipedia
*사진 출처=wikipedia

대학에는 아주 다양한 종류의 학과가 있다. 하지만 자신의 진로, 혹은 꿈과 연관돼 있지 않다고 여기면 이 모든 학과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 그러나 4차 산업형명시대는 융복합의 시대로, 여러 학문 분야가 융합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여러분이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이, 다른 어떤 분야와 융합되거나 협업하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때 여러 학과에 대한 정보를 알아 두면, 여러분이 앞으로 가질 진로, 직업, 하게 될 일 등에 대한 시각이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직접 전공을 하며 배우고 있는 새내기 학생들의 인터뷰를 통해 여러 가지 전공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국악과 (2016 조OO)

Q. 판소리를 전공한다는 게 신기한 느낌이 들어요. 대학 입학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판소리라고 너무 특별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보통의 예체능 계열과 비슷한 준비과정을 겪거든요. 흔히 예체능 계열에서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학교 공부와 실기 준비까지 모두 챙겨야 하고 높은 경쟁률을 이겨내야 해서 다른 학과 못지않게 힘든 과정을 거칩니다.

특별한 부분이라면 음대의 경우 일반적인 면접과 달리 ‘시창청음’이라는 면접을 진행하는데, 노래를 듣고 음과 리듬을 정확하게 악보로 옮겨 적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끊임없이 연습하는 과정이 필요해서 준비를 하며 모든 것을 쏟아 붓고자 노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본 실기시험에서 감기에 걸려있어서 몸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특히 성대를 써야 하는 판소리인 만큼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대입에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최선을 다했기에 결과를 알게 된 후 ‘신이 날 돕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폐인처럼 지내기도 했고요.

그렇게 낙담해 있던 터에 판소리를 지도해 주시던 선생님이 계셨는데 저를 불러 말씀하시기를 “대학 가려고 판소리 시작했어?”라고 하시더군요. 그 질문에 저는 “대학 입학이 아니라 판소리가 좋아서 시작했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는데 이것이 새로운 깨달음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대학을 가기 위해 시작한 판소리가 아니었기에 원래 제 꿈을 향해 다시 발 딛고 일어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동기 부여 덕분에 지치지 않고 다시 노력할 수 있었고 지금 이 자리에서 인터뷰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Q. 판소리는 배우기도 실력을 유지하기도 힘들기로 유명한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습하는 건가요?

판소리는 창자의 목소리가 중요해서 제대로 된 소리를 연습하기 위해 산에 올라가 마치 수련을 하듯 연습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목을 끊임없이 쓰기 때문에 목에서 피가 나는 때도 잦습니다. 저 역시도 항상 ‘안 되면 죽을 각오’로 연습에 임하고자 마음을 먹었어요.

판소리는 몸속의 빈 공간에 음파를 끊임없이 요동치게 하는 일이라 연습을 하다보면 몸이 붓기도 하는데 이를 ‘소리몸살’이라 합니다. 이때 ‘○물’이라는 것을 마시는데 말 그대로 옛날 변소에서 오물을 퍼서 대나무에 담아서 약수에 몇 개월간 담가둔 것을 먹는 것입니다. 이것이 소염제 역할을 해서 전통적으로 어혈을 푸는 데 쓰입니다. 이런 식으로 항상은 아니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과정을 거쳐 힘들게 연습해 왔습니다.


Q. 고된 연습 과정을 거쳐 입학하셨는데 남다른 소회가 있을 것 같아요. 합격 후 기분이 어땠나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발표가 나는 날 너무 긴장되어서 정말 가만히 누워만 있었습니다. 갑자기 휴대전화에 진동이 와서 전화를 받았는데 가족들이 합격했다고 말씀해 주시더군요. 이미 불합격의 쓴맛을 경험한지라 이번에 또 떨어지면 가족들이 더 안타까워할 것 같아서 정말 많이 걱정했던 것 같습니다.

대입을 준비했던 누구라도 서울대학교에 합격하면 참 기쁘겠지만 저는 순간적으로 무언가를 이뤄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기분 좋은 성취감이죠.


Q. 그 기분으로 입학하셨다면 학교생활도 열심히 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요?

음 … 요즘은 개인적인 공연이 많아요(이후 확인해 보니 조OO 학생은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였다). 또 2~30대 청년들이 문화적 발전을 이루려 하는 청년문화포럼이라는 단체에서 문화예술위원회 소속회원으로 일하기도 하고 추임새라는 판소리 동아리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제가 해온 또는 하고 있는 대부분의 활동들이 국내외에서 판소리를 보급하고 계승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또 교내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이 배우는 경험도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와 관련된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모꼬지라는 교내 친목 활동이 있는데 여기에서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났어요. 지난 1년을 되돌아보니 실제로 학교에 와보니까 내가 이 학교에 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었는지 많이 잊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서울대 학생들을 인정해 주는데 그에 미치지 못한 듯한 느낌? 지금 생각하면 좀 더 노력하며 살았어야 할 것 같네요. 앞으로는 더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웃음)


Q. 서울대학교에 자부심이 강하신 것 같아요. 이곳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실 서울대학교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대학이기 때문에 자부심을 많이 느끼긴 합니다. 하지만 길고 긴 인생을 보았을 때 저는 서울대학교 소속 조OO이기 보단 소리꾼 조OO이 되고 싶어요. 그게 저의 목표니까요.


Q. 인생의 목표가 뚜렷하네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전 죽을 각오로 판소리를 하고 싶습니다. 한길만 오롯이 파서 현재의 저를 항상 뛰어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금은 대한민국 무형문화재 후계자로 선정되었습니다. 마땅히 대한민국 무형문화재라는 명성에 맞는 실력을 갖추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예체능계열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고등학생은 동급입니다. 평등해요. 예체능이라고 공부를 덜 하는 것도 노력을 덜 하는 것도 아닙니다. 특히 예체능의 경우 최고의 경지를 향해 자신의 한계를 끊임없이 뛰어넘어야 해서 어려운 점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뭔가가 나아 보인다거나 쉬워 보인다는 마음으로 예체능에 도전하기보다 진짜 이 분야를 제대로 하고 싶은 사람들이 끈기 있게 노력해 주면 좋겠습니다.

저는 판소리만을 보고 달려온 사람입니다. 한 우물만 파다 보면 뭐가 나올지 모릅니다. 그것이 돌멩이건 쓰레기건 시원한 물이건, 어쨌든지 무엇인가가 나올 것입니다. 아직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는 적어도 우물 파기를 멈추지 않고 노력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노력해서 안 될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념이 확고하다면 어떤 풍파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견딜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믿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서울대 아로리 ‘2018 파릇파릇 서울대’

 

*에듀진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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