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MBTI는? -타고난 성향 억누르면 ‘자존감 상실' -맞고 틀리고가 아닌, 단순 성향의 차이 -심리검사는 거들 뿐, 타고난 본성의 강점을 찾아라
당신의 MBTI는? 인간은 누구나 때로는 천사 같기도 때로는 악마 같은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같은 사람이라도 다면적인 성질을 갖고 있으며 속마음은 오묘하고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상대적이다.
그럼에도 인간에게는 마음을 일관되게 작동하려는 타고난 선호 경향이라는 게 있다. 이런 타고난 성격 유형을 알아보기 위한 검사 중에 하나가 최근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성격 유형 ‘MBTI’다.
MBTI는 심리학자 칼 융의 심리 유형론을 근거로 심리학자 캐서린 쿡 브리그스와 그의 딸 이사벨 마이어스가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든 성격 유형 지표다. 두 모녀의 이름을 따서 MBTI(Myers Briggs Type Indicator)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다.
현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검사 도구 중 하나다. MBTI를 이해하려면 먼저 이 심리적 선호 경향이라는 걸 살펴볼 필요가 있다. MBTI에 등장하는 네 쌍의 심리적 선호 경향을 설명할 때, 우리 내면을 ‘여덟 개의 손을 가진 괴물’로 비유한다.
타고난 성향 억누르면 ‘자존감 상실' 사람은 오른손과 왼손 중에 하나만 주로 사용한다. 우리 내면에도 총 네 쌍의 오른손과 왼손이 있으며 이중에 한 쪽씩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성의 긍정성을 드러내면 천사가 되기도 하고, 부정성을 드러내면 악마가 되기도 한다.
옛날 어르신들은 왼손을 사용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숟가락을 들거나 글을 쓸 때 왼손을 사용하면 부정 탄다고 꾸짖었다. 대다수의 왼손잡이들은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어른들의 권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른손 사용을 받아들였다.
학교와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장소들은 때때로 우리가 선호하지 않는 경향을 받아들일 것을 종용한다. 외향형 아이에게 조용히 침묵하고 있을 것을 지시하고, 내향형 아이에게 활달하게 움직이길 강요한다. 그럴 때 우리는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손으로 이름을 쓰는 것 같은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선호하지 않는 손을 강제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성장한 아이는 심리적으로 상처를 입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자존감의 상실’이다. 부모, 국가, 사회, 교육 기관 등 외부적 환경이 한 개인의 타고난 성향을 억누름으로써 자신감과 신뢰감이 손상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요한 의사 결정의 순간에 자신감 있게 판단하지 못하고 갈등하게 된다. 나아가 이것이 자신에 대한 불신을 뛰어넘어 사회 불신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기가 어려워진다. 평소 사용하지 않던 손으로 글을 쓰면 불편할 뿐 아니라, 느리고 답답하고 어색하고 잘 안 써지기 마련이다. 우리 내면도 이와 비슷하다. 반대 성향을 자기 성향으로 끼워 맞춰 살아가게 될 경우 자기 능력을 마음껏 펼치기 어렵다.
맞고 틀리고가 아닌, 단순 성향의 차이 문제는 어린 시절에 이런 아픔을 겪고 성장한 사람이 어른이 돼서는 그런 기억을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설령 당시에 불편한 사건을 기억한다 해도 정확한 원인을 모를 수 있다.
그렇지만 타고난 성향(선호 경향)을 억압받았던 경험은 성인이 돼서도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는다. 그러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 하고 책임져야 할 순간에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물론 이런 억압 속에서도 훌륭하게 성장한 사람들은 있다. 그들은 자신에게 닥쳐온 역경을 극복함으로써 오히려 성장한 경우다. 자신의 선호 경향을 그대로 발달시키되 반대편 경향도 성공적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다.
어떤 과일을 좋아하든 어떤 스포츠를 좋아하든 그것은 단지 개인의 선호도 차이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심리 경향에도 좋고 나쁨이 없다. 그저 오른손과 왼손 중에 주로 사용하는 손, 즉 기준이 있을 뿐이다.
■ MBTI 여덟 가지 선호 경향 특성
심리검사는 거들 뿐, 타고난 본성의 강점을 찾아라 MBTI는 이렇게 네 가지 쌍에 의해서 열여섯 가지 성격 유형이 나온다. 인터넷으로도 도움을 얻을 수 있겠지만, 보다 정확한 검사와 해석은 MBTI 연구소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MBTI 교육을 처음 받았을 때 ‘도대체 어떻게 인간을 특정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나’하는 의문을 가졌다. 인간은 유형화할 수 없는 존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MBTI를 공부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됐다. 다른 검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심리 검사 도구 그 자체보다도 내가 나 자신을 알아보기 위한 관심을 기울이는 행동 그 자체가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렇게 심리학 책 읽기를 병행해 나가면서 인격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능력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결국 어떤 특정한 검사 도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타고난 본성을 알아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나와 다른 사람의 존재 그 자체를 이해하는 데 심리검사 도구의 유용성도 있다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즉, 타고난 내 본성의 강점을 발휘하고 내가 가지지 못한 반대 성향도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통합된 자아를 형성하기 위함이다.
작가 헤르만 헤세는 “우리의 목적은 서로 같아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서로를 인정하는 건 타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나를 받아들이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경향성
사상이나 행동 또는 어떤 현상 따위가 일정한 방향으로 기울어지는 성향으로,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의 타고난 성향을 이르는 말. 주로 유형을 구분할 때 많이 사용한다. 반면에 철학자 칸트는 사람의 욕구를 ‘경향성’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경향성’의 유혹은 개인이 욕망을 따라 타율적으로 살 것인가를 의미하고, 반대로 의무를 행하는 것이 ‘경향성’에 저항해 이성이 지시하는 길을 따르는 것으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