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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조 첫날^^
작성자 유경숙 등록일 23.05.24 조회수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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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의 지리산 등반에 아침 일찍부터 눈이 떠진다. 그도 그럴것이 코로나로 지난 3년 간 지리산은 고사하고 이리저리 다른 산을 찾아다니느라 괜시리 좋은 집을 나누고 처량하게 떠도는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산행이라 체력이 달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다가도 집에서 보이는 모악산의 하늘을 보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산행이 묘하게도 기대되어 주섬주섬 배낭을 꾸린다.  내 머리보다 한줌 더 올라와 있는 배낭에 긴장의 등짐하나 더 얹는다. 

 

 지리산을 오르기 위해 한 달 여간을 준비했다. 지난 일주일은 체력훈련을 위해 아이들과 매일 학교 주변을 걸었다. 한 시간을 걸으면 아이들의 뽀얀 얼굴위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이슬처럼 맺힌다. 가쁜 날숨에는 힘듦보다는 웃음이 섞여있다. 3학년의 화이팅 소리에 다같이 소리치는 아이들을 보면 조금은 느리겠지만 함께하면 더 멀리갈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시간 30분 가량 버스를 타고 지리산으로 이동한다. 지리산에 도착하기도 전에 아이들은 제각각 자신만의 개성을 뽐내며 가지각색의 자세로 잠을 청하고 있다. 나와 이시윤쌤은 머릿속에 우리가 올라야 할 코스를 그리느라 바쁘다. 3년만에 다시 가려니 머릿속 도화지가 하얗다. 아무래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경험을 하나씩 잡아 포개어 넣어야 할 것 같다.

 

 3학년들은 코펠과 쓰레기 가방을 들었다. 나름 선배 노릇을 한다. 2학년들도 무거운 짐 하나씩 자기 가방에 넣고 산을 오른다. 아마 내년에는 우리 1학년들이 저 역할을 하게되겠지. 1학년들은 첫날 먹을 부식을 한 짐 메고 올라간다. 자기보다 커보이는 가방을 보니 안쓰럽기도하다. 이제부터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걸을수록 가방이 짓누루는 무게에 어깨가 아파온다. 이리저리 가방을 옮겨보지만 소용이 없다. 내 가방에 우리조의 사활이 걸려있으니 버릴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운 날씨로 헉헉 거리던 차에 하늘이 성을 내더니 이윽고 힘찬 빗방울이 머리위로 떨어진다. 안그래도 물을 연신 들이키던 차에 차라리 잘됐다. 머리를 적시던 비가 그친 자리에 터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밥과 소고기 고추장에 김가루. 별미가 따로없다. 배가 고팠는지 아이들의 왁자지껄함도 사라지고 도시락 긁는 소리만 시냇물과 함께 흐른다. 

 

 다시 걸어야 할때다. 앞으로 3시간은 넘게 걸어야 대피소에 도착한다. 아이들 인생에서 가장 긴 3시간이 아닐까. 아이들은 나에게 언제 도착하느냐고 묻는다. 거의 다왔다는 나의 말에 20번째 같은 말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잠시나마 까르르 웃는 아이들의 웃음을 동력 삼아 다리를 움직여본다. 다리가 느려질때즘 뒤에서 3학년 학생들의 화이팅 소리가 들려온다. 힘든 와중에도 어찌 목소리가 큰지 정신이 번쩍번쩍한다. 

 

 이 끊임없는 길에서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무엇을 보고 무슨말을 했을까? 정상에 올라 저 멀리 보이는 풍경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아마 힘들어 죽겠다는 생각만 가득하겠지. 오늘 밤 세석대피소에는 많은 별들이 하늘을 수놓았다. 우리 아이들 마음속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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