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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씨 참변과 중증장애인의 막다른 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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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박지현 | 등록일 | 12.10.28 | 조회수 | 784 |
2012.10.27 끔찍했다. 그는 119에 신고는 했지만 엄습하는 불길과 유독가스를 피할 수 없었다. 뇌병변 1급 장애(최중증) 때문에 손발을 움직일 수도, 몸부림칠 수도, 고함을 지를 수도 없었다. 한평생 온몸을 꽁꽁 묶고 뒤틀어버린 장애는 마지막 순간마저 그를 최악의 고통 속으로 밀어넣었다. 영상제작, 칼럼, 강연 그리고 농성과 시위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장애인 인권운동에 앞장섰던 김주영씨, 그는 엊그제 그렇게 이 비정한 세상을 떴다. 그를 기억하는 비장애인은 드물지만, 많은 장애인들에게 그는 차별과 배제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당당함, 뜨거운 열정과 헌신으로 기억된다. 결과적으로 그는 죽음마저 장애인의 막다른 삶을 고발하는 데 바쳤다. 이제 와 활동보조서비스 상한제를 폐지하느니 지원을 강화하느니 떠벌린들 중증장애인들의 절망과 슬픔을 위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씨만이 아니다. 지난달엔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다가(근육장애)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사이 호흡기가 빠져 사망한 1급 장애인 허정석씨의 비극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보건복지부에 활동보조서비스의 상한을 철폐해달라고 청원하고 애원했던 터였다. 김씨는 하루 12시간, 허씨는 불과 하루 3.3시간의 서비스만 받아야 했다. 일본처럼 서비스를 확대하고 상한을 없앴다면 간단히 막을 수 있는 비극이었다. 그렇게 심하면 왜 보호시설로 들어가지 않았느냐고 힐난하는 이들도 있다. 영화 <도가니>로 드러난, 영화보다 더 참혹한 광주 인화원 사태를 보고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이들이다. 하긴 대부분 그 공범들이었다. ‘시설에 갇히느니 차라리 아스팔트를 기다가 차에 치이겠다’는 게 우리 장애인들의 생각이고, 우리 시설의 현실이다. 인화원처럼 신고된 시설이라도 장애인들은 24시간 방치되거나, 폭행 폭언에 시달리고, 인간 이하의 의식주를 감수하기 일쑤다. 탈시설-자립생활이 이들의 가장 큰 소원이자 운동의 목표가 된 건 그 때문이다. 약자에 대한 지원은 그 사회의 질적 수준을 보여준다. 그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공동체의 성숙도를 나타낸다. 사소한 위험에도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이들이 방치되고 있다면, 그 사회에선 어느 누구도 안전할 수 없고 행복할 수 없다. 김주영씨의 참변 앞에서 우리 사회가 맹성해야 하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매 순간 치명적 위험에 노출되는 이들에 대해선 무조건 그들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 교육권, 이동권, 연금과 안전망, 직업재활과 고용, 자립지원 등 장애인 복지제도 전반에 대해서도 점검해야 한다. 김씨의 죽음을 기억하자. 출처: 한겨레 오피니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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