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제일고등학교 로고이미지

제나온 편지

RSS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프린트하기
제나온 편지193(20250226)
작성자 송창우 등록일 25.02.25 조회수 7
첨부파일

제나온 백아흔세 번째 편지, 2025226일 수요일에

 

연필 / 송창우

 

 

하느님이 태초에

연필을 만드셨다

 

자음과 모음을 붙들어 매고

밤낮없이 공책에 써내려갔다

 

빛이 있으라

산이 있으라

강이 있으라……

 

말씀마다 이루어지니

지우개도 찬성을 질렀다

 

 

심심한 연필나라에 이상한 점 하나가 태어났습니다. 연필이 너무 외로워서 찍은 점이었습니다. 그 점도 다른 연필처럼 미끄러지듯 선이 되어서 빛을 그려냈어요. 선은 가볍게 춤을 추며 별을 그리고 하늘을 그리고 바다와 땅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연필은 신이 나서 자음과 모음을 데리고 세상을 눈부시게 장식했습니다. 아름다운 새 나라가 펼쳐지는 듯 했습니다. 연필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들이 꽉 찼습니다. 활개 치며 다니다가 점찍는 곳은 연필이 주인이었고, 선 긋는 곳은 연필의 땅이 되었고, 연필이 시커멓게 닿는 곳은 연필 세상이 되었습니다. 연필은 신이 나서 왕 노릇을 했습니다. 어느 날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자 하느님이 세상에 내려왔습니다. 연필은 하느님을 기다렸다는 듯이 하느님 앞에 섰습니다. 하느님은 깜짝 놀랐습니다. 연필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거든요. “하느님, 평화로운 세상인 줄 알았는데 무서운 세상이 되었어요. 제가 만든 세상이 천국인 줄 알았는데 지옥이 되었어요. 아무리 말을 하고 타일러도, 제 말을 알아듣는, 사람만 사는 세상이 되었어요. 짐승만도 못한 세상이에요. 제가 만든 세상을 다 지워주세요.” 하느님은 세상을 만드느라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은 닳아빠진 몽당연필에게 말했어요. “한번 세상에 그어진 연필자국은 지우개로 지워진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란다. 하지만 짝이 되어 상처를 아물게 할 수는 있지. 네가 만든 것들에게 모두 짝으로 살게 인연을 맺어주렴. 낮과 밤이 반대가 아니라 짝이 되어 하루를 선물하고, 여름과 겨울이 반대가 아니라 짝이 되어 꽃과 열매를 맺고, 슬픔과 기쁨이 반대가 아니라 짝이 되어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듯, 죽음이 삶의 반대가 아니라 황홀한 짝꿍이라며, 더 아름답고 지혜로운 자음과 더 평화롭고 용기 있는 모음으로 아프고 힘들고 더럽고 끔찍한 것들의 짝을 만들어 주렴. 풀과 나무와 짐승과 사람이 짝이 되어 평화로운 숲속에서 함께 뛰놀 때까지.”

 

 

 이글은 우리 학교 홈페이지(https://school.jbedu.kr/jbjeil)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홈페이지학생마당제나온 편지)

 

내일 방학입니다, 봄방학. 찰나 같은 봄방학이니 짜릿하게 봄날을 즐겨볼까요?

 

언제든 상담 받을 일이 있으면 연락하세요. 언제든 기꺼이 달려가 마중하겠습니다.

 

마음 치유 도우미(상담실) : 전북제일고 심리 전문상담교사 곽소라 063-840-9769(익송관3층 상담실: 현재는 상담실이 공사 중이라서 본관 1층 교무실로 오시면 됩니다.)

 

이전글 제나온 편지194(20250227), 마지막 편지
다음글 제나온 편지192(2025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