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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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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194(20250227), 마지막 편지
작성자 송창우 등록일 25.02.27 조회수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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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백아흔네 번째 편지, 2025227일 목요일, 마지막 편지

 

씁쓰름새가 사는 마을/ 송창우

 

 

 아침부터 씁쓰름씁쓰름울어대는 씁쓰름새가 있었어. 울어대는 소리조차 씁쓰름이라니……. 마을 사람들은 씁쓰름하게 울어대는 씁쓰름새를 없앨 궁리만 하고 있었지. 어른들이 총을 쏘자 아이들도 돌팔매를 던지기 시작했지. 어느 날 허리가 접혀진 마을 할머니가 말했어. “씁쓰름새가 마을에서 떠나면 씁쓰름한 일만 일어날 거야.” 그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자식 걱정, 농사 걱정, 장마 걱정, 온갖 일로 씁쓰름하기 시작했어. 그날부터 농사를 위해서, 자식을 위해서, 마을을 위해서, 아니 씁쓰름새를 위해서 정성을 다하기 시작했지. “씁쓰름새가 잘 사는 게 우리가 살길이라니 씁쓰름새가 좋아하는 벌레도 함부로 잡지 마라, 씁쓰름새 둥지를 보살펴라. 씁쓰름새 둥지가 있는 마을 숲을 조심스레 지켜라, 씁쓰름새 울음소리에 늘 귀를 기울여라…….” 어느 날부터인가 마을에는 씁쓰름한 일이 하나둘 날아가기 시작했어. 그 뒤로는 씁쓰름씁쓰름 우는 새소리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나? 무더위에도 무서리에도 씁쓰름씁쓰름 울어대는 씁쓰름새 덕에 씁쓰름새도, 씁쓰름하던 마을 사람들도 살맛 나는 나날이라니! 귀 기울여 잘 들어보렴, 너희 사는 마을에도 씁쓰름새가 찾아오는지. 씁쓰름씁쓰름 울어대는 소리는 산 넘고 강 건너면, 가끔은 다르게 들릴 수도 있으니…….

 

 

하느님이 세상을 멋지게 꾸미려고 씨앗을 뿌렸습니다. 태초의 씨앗은 마음씨였습니다. 마음씨는 온갖 생명 속에서 자라 만물들은 서로 소통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으로 소통하는 세상은 평화로웠습니다. 평화로운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려고 하느님은 씨앗 하나를 더 뿌렸습니다. 이번에 뿌린 씨앗은 솜씨입니다. 솜씨는 나무와 풀, 산과 강, 구름과 저녁놀 속에서 자라나며 평화로운 세상을 더없이 아름답게 만들었습니다. 이만하면 되었다 싶어서 하느님은 멀구슬나무 아래서 쉬고 있었습니다. “하느님, 더 놀라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세요? 씨앗 하나만 더 있으면 황홀한 세상이 될 텐데요.” 하느님은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사람을 바라보다가, “그럼 너희가 책임져야 해?” 하면서 남은 씨앗 하나를 건넸습니다. 책임진다는 핑계로 그 씨앗은 사람들끼리만 심고 뿌렸습니다. 그 씨앗은 다름 아닌 말씨(글씨)였습니다. 말씨와 글씨는 사람들끼리만 주고받다 보니 나무와 풀, 산과 강, 구름과 저녁놀은 사람들과 멀어졌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인지 사람들은 날짐승 길짐승은 물론이고 나무와 꽃과도 소통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나무와 풀들은 돌들의 마음까지도 엿볼 수 있었지만, 사람들은 숲의 마음도 새들의 소리도 듣지 못하는 청맹과니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아무도 하늘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땅의 걱정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하느님은 씨앗 창고를 열어젖혔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태어날 때마다 씨앗을 하나씩 주고서 그대로만 살도록 명령을 했습니다. 홍세화 씨? 아하, 이름에 새겨진 의미가 세상을 화목하게 하는 씨앗으로 살라는 명령을 받았군요! 그 말대로 사시기를! 정아름 씨? 아름드리 나무처럼 세상에 꼭 필요한 씨앗이 되라는 명령을 받았어요! 안찬우 씨? 찬란하게 빛나서 남을 돕는 씨앗이 되라는 하느님의 명령이랍니다. 그리고 박성범 씨는,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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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제나온편지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마지막 편지를 쓰고 저는 제일고를 떠납니다. 첫사랑보다 더 눈부신 끝사랑을 제게 안겨주신 제일고 친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늘 다정하고 따스한 눈빛으로 부족한 저를 포용해준 동료 선생님들, 참 아름다운 시절을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아타바스카어를 쓰는 사람들은 헤어진다는 인사말을 하지 않는답니다. 우린 서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라죠? 대신 또 만나자, 라는 말로 인사를 한답니다. 저도 마지막 작별인사를 이렇게 합니다, “안녕, 사랑하는 제일고 친구들이여, 또 만나요!”

 

* 제일고 상담실은 우리 친구들을 응원하는 곳입니다. 마음이 아플 때, 힘든 일이 있을 때 언제나 기다리고 있을게요. 익송관 3층 상담실에서 곽소라 상담 선생님을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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