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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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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189(20250102)
작성자 송창우 등록일 25.01.01 조회수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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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백여든아홉 번째 편지, 202512일 목요일에

 

새해 첫 기적 /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새해 첫 기적, 반칠환, 지혜, 2020중에서

 

 

새해 첫날 하느님과 천사들이 한옥마을에 갔어요. 전동성당 앞에서 사진을 찍고 경기전 골목길 식당에서 새해 첫날이라 떡국을 먹었어요. 경기전 앞에는 나이 많은 은행나무와 느티나무가 이파리를 다 떨군 채, 한낮의 태양을 해바라기하며 오고가는 사람들 수다소리에 쓸쓸함을 달래는 듯했어요. 나무들 아래쪽 밑동에는 색색의 고운 털실로 꽃문양을 수놓아 뜨개질을 한 천으로 나무둥치를 둘렀어요. 하느님과 천사들의 환한 미소에 나무들도 함박웃음을 띠는 듯했어요. “따뜻한 손길이 나무를 저렇게 껴안아주니 나무인들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요? 제 주름살이 확 펴지는 기분이에요.” 세실리아 천사가 말했어요. “주름이 펴지는 순간이야 말로 정말 따뜻한 세상 아니겠어요? 봄이면 나무도 주름을 펴지요. 아지랑이 기운에 기지개를 켜고 나면 새싹이 나오고, 이파리가 나오고, 꽃잎이 피어나는 것이 모두가 다 움츠리고 주름졌던 나뭇가지 얼굴이 펴지는 것 아니겠어요? 참 아름다운 세상이 환하게 열리는 순간이죠.” 마르첼리나 천사가 말했어요. “맞아요. 누군가 어루만지는 순간이 주름이 펴지는 환한 순간이죠. 봄바람이 앙상한 가지를 스치듯, 스위치를 켜면 크리스마스트리에 반짝이는 불이 켜지듯, 책등을 어루만지면 책장의 주름이 펴지면서 따뜻한 눈길로 책갈피는 훈훈해지고, 아코디언을 어루만지면 아코디언 주름이 펴지면서 주름 사이사이에 누워있던 선율들이 춤추며 튀어나와 돌멩이와 나무와 사람들 가슴을 펴지게 하지 않겠어요?” 마리아 룻 천사가 말했어요.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새들의 노랫소리를 닮은 악기들도 모두 신비한 주름주머니 때문이지요. 동그랗게 축구공처럼 말아진 털실에서 나무에 옷을 입혀주는 트리허그(treehug)의 따뜻한 뜨개질 옷이 나오듯, 시간의 주름도 우리들 곁에서 통통 튀어 오르는 공처럼 부푼 가슴으로 주름이 펼쳐지길 고대하고 있답니다. 초침처럼 펼쳐지는 어린 시절, 분침처럼 펼쳐지는 청춘시절, 그리고 시침처럼 펼쳐지는 노년시절의 주름이 세월이라는 태엽 속에 털실처럼 말려있지 않겠어요? 이번 시절은 어떻게 내 인생이 펼쳐질까? 올해는, 이달은, 이번 주는, 오늘은, 그리고 이 시간은 어떻게 내 삶의 태엽 같은 주름이 펼쳐질까? 설레고 호기심으로 가득 찬 순간순간을 이렇게 마중하며, 세상도 환하게 주름을 펼 시간을 동동거리며 고대하지 않겠어요? 2024 갑진년의 태엽이 다 풀려서 가뭇없이 사라졌지만 이제 2025 을사년의 풀리지 않은 태엽이 새해 첫날 택배로 도착했잖아요? 우리 모두 오르골의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듯 한 시간을, 하루를, 한 주일을, 한 달을, 그리고 한 해의 태엽을 신비한 주름 세상을 펼치듯이 아름답게 풀어서 황홀한 퀼트를 완성하듯 2025년을 찬란하게 수놓아 볼까요?”

 

 

2025년이 밝았습니다. 올해 복 많이 지어서 눈부신 날들 마중하시기를 두 손 모읍니다! 내일은 드디어 기다리던 겨울방학 날입니다! 야호~^^

 

학교생활 중, 친구나 선생님과 찍은 사진을 보내주거나 제나온 편지에 대한 답장이나 소감문 등을 보내주는 친구에게는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정성으로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내용에 따라 선별하여 본인 허락을 받은 후, 제나온 편지에 싣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학교생활 중 궁금한 일, 함께 하고 싶은 일,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주세요. 즉시 달려가 기꺼이 마중하겠습니다!

 

마음 치유 도우미(상담실) :

전북제일고 심리 전문상담교사 곽소라 063-840-9769(익송관3층 상담실)

 

학교생활 도우미 : 전북제일고 위클래스 담당교사 송창우 010-7163-7249, songbee1223@hanmail.net (본관 동쪽 3층 생활안전부)

 

이글은 우리 학교 홈페이지(https://school.jbedu.kr/jbjeil)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홈페이지학생마당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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