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182(20241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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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12.20 | 조회수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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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백여든두 번째 편지, 2024년 12월 20일, 금요일에
봄 / 민경정
봄은 안 보이는 게 보여
씨눈 잎눈 꽃눈 모두 뜨고
보고 보고 또 보고 보옴 봄
《창비어린이, 2015 봄호》(2015)
▷ 하느님이 천사들과 동지 팥죽을 쑤었어요. 가을에 수확한 해팥을 삶고 찹쌀가루로 귓불이 말랑거릴 정도로 새알심을 반죽해서 끓는 팥물에 넣어가며 구수한 팥죽을 한 솥 끓여냈어요. 마을 경로당에 한 양푼 가져가니 할머니들이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맛있게 드셨어요. “할아버지들은 어디 가셨나 봐요?” “봄이 되믄 보이것지?” “ 아직 겨울이라 땅속에 있나벼?” “삼례장에 깨를 팔러 가셨남?” 왁자한 웃음소리에 하느님과 천사님도 따라 웃었어요. “할머니들 흰소리에 떡가루로 온 세상을 뒤덮은 한낮이 눈부시네요.” 경로당을 나오시며 하시는 하느님 말씀에 세실리아 천사가 말했어요. “정말 눈부신 일은, 가장 흔하지만 가장 비싼 것을 내가 맘껏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이렇게 따스한 햇살, 상큼한 공기,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빈 들판…. 흙 한 줌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우리가 온통 시골의 흙냄새를 맡으며 흙 기운으로 산다는 것이 눈부신 일 아니고 뭐겠어요?” 마르첼리나 천사가 말했어요. “우리가 죽기 전에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또한 눈부신 일 아니겠어요? 만날 함께 지내지만 세상 떠나면 우주보다 넓고 넓은 영혼의 세계에서 우리 눈빛이 마주치고 입김이 닿을 수 있다는 보장이 어디 있을까요? 지금, 여기에서, 하룻밤 자고 잠 깨어나서 다시 만난다는 것보다 더 눈부신 일이 또한 어디 있겠어요?” 마리아 룻 천사가 말했어요. “오늘 동지가 지나면 내일부터는 해가 조금씩 길어지면서 봄소식도 기다려지지 않겠어요? 꽃봉오리 앞에서 기다리면 꽃잎 한 장이 얼마나 아름답게 채색되고, 그 꽃향기가 얼마나 황홀하게 우리 심장을 뒤흔드는지 실감이 나지 않겠어요? 기다리는 것은 누군가 그리워하고 사랑한다는 증거이기도 하지요. 눈부신 일을 마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랍니다. 바느질을 하듯, 하루하루 생을 이어가면 꽃이 피어나고 새가 노래하고 만물이 춤을 추며 봄이 안아주고 여름과 가을이 또 내 영혼과 육신을 기다리느라 수고했다며 껴안아 주는 깜짝 놀랄 일들이, 퀼트가 완성되는 것처럼 신비하고 눈부신 인생이 펼쳐지지 않겠어요?”
▷ 내일이 동지입니다. 동지 팥죽 같은 액막이 음식 드시고 추운 겨울 잘 나시기 바랍니다. 뭐든 맛있게 드시면 그게 보약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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