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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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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183(20241223)
작성자 송창우 등록일 24.12.23 조회수 22
첨부파일

제나온 백여든세 번째 편지, 20241223, 월요일에

 

괜찮아 /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시집, 문학과지성사, 2013중에서

 

 

하느님과 천사들이 크리스마스카드를 사려고 문구점에 들렀어요. 문구점에는 선물을 사러 나온 사람들로 붐볐지요. 한 어린 아이가 바비인형 키링을 만지작거리며 흑흑거렸어요. “무슨 사정이 있어서 저렇게 슬피 울까요? 울음을 멈추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세실리아 천사가 말했어요. “그야 사랑해라는 말이 최고죠. 마음이 아픈 사람 곁에서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위안이 되는 말은 없을 거예요.” 마르첼리나 천사가 말했어요. “사랑한다는 말도 슬픔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괜찮아라는 말이 더 나을 것 같지 않나요? 꼭 안아주면서,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면서 괜찮아, 이제 괜찮아.’라고 다정하게 속삭여주면 울음이 잦아들지 않겠어요?” 마리아 룻 천사가 말했어요. “사랑한다는 말, 괜찮다는 말도 큰 위로가 되겠지요. 하지만 같이 울어주는 것보다는 덜 하지 않을까요? 동병상련(同病相憐)이란 말처럼 아픔을 같이 나누는 것보다 더 큰 위안은 없을 거예요. ‘내가 바로 너다, 너의 고통이 바로 나의 고통이다.’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며 불끈 주먹 쥐고 일어나 달려와, 아픔을 나누는 누군가가 곁에 있을 때 비로소 서러움이 줄고, 외로움이 달아나고, 두려움이 사라지면서 쏟아졌던 울음이 잦아들지 않을까요? 이 추운 거리에서 민주주의 외치는 사람들 곁에서 목소리를 키우고 먹을 것을 나누고 옆에서 외롭게 하지 않는 것도 어쩌면 눈물을 흘려주는 것이 아닐까요?”

 

   

내일은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위로와 응원과 기쁨의 카드를 써볼까요? 오프라인이 아니라면 온라인으로라도. 글자에 다정함을 담은 편지 그 자체만으로도 멋진 선물이 되지 않을까요?

 

학교생활 중, 친구나 선생님과 찍은 사진을 보내주거나 제나온 편지에 대한 답장이나 소감문 등을 보내주는 친구에게는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정성으로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내용에 따라 선별하여 본인 허락을 받은 후, 제나온 편지에 싣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학교생활 중 궁금한 일, 함께 하고 싶은 일,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주세요. 즉시 달려가 기꺼이 마중하겠습니다!

 

마음 치유 도우미(상담실) :

전북제일고 심리 전문상담교사 곽소라 063-840-9769(익송관3층 상담실)

 

학교생활 도우미 : 전북제일고 위클래스 담당교사 송창우 010-7163-7249, songbee1223@hanmail.net (본관 동쪽 3층 생활안전부)

 

이글은 우리 학교 홈페이지(https://school.jbedu.kr/jbjeil)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홈페이지학생마당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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