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175(20241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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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12.11 | 조회수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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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백일흔다섯 번째 편지, 2024년 12월 11일, 수요일에
서울의 예수 / 정호승
1. 예수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한강에 앉아 있다 강변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예수가 젖은 옷을 말리고 있다 들풀들이 날마다 인간의 칼에 찔려 쓰러지고 풀의 꽃과 같은 인간의 꽃 한 송이 피었다 지는데, 인간이 아름다워지는 것을 보기 위하여, 예수가 겨울비에 젖으며 서대문 구치소 담벼락에 기대어 울고 있다
2. 술 취한 저녁 지평선 너머로 예수의 긴 그림자가 넘어간다 인생의 찬밥 한 그릇 얻어먹은 예수의 등 뒤로 재빨리 초승달 하나 떠오른다 고통 속에 넘치는 평화, 눈물 속에 그리운 자유가 있었을까 서울의 빵과 사랑과, 서울의 빵과 눈물을 생각하며 예수가 홀로 담배를 피운다 사랑의 이슬로 사라지는 사람을 보며, 사람들이 모래를 씹으며 잠드는 밥 낙엽들을 떠나기 위하여 서울에 잠시 머물고, 예수는 절망의 끝으로 걸어간다
3. 목이 마르다 서울이 잠들기 전에 인간의 꿈이 먼저 잠들어 목이 마르다 등불을 들고 걷는 자는 어디 있느냐 서울의 등길은 보이지 않고, 밤마다 잿더미에 주저앉아서 겉옷만 찢으며 우는 자여 총소리가 들리고 눈이 내리더니, 사랑과 믿음의 깊이 사이로 첫눈이 내리더니, 서울에서 잡힌 돌 하나, 그 어디 던질 데가 없도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운 그대들은 나와 함께 술잔을 들라 눈 내리는 서울의 밤하늘 어디에도 내 잠시 머리 둘 곳이 없나니, 그대들은 나와 함께 술잔을 들고 어둠 속으로 이 세상 칼끝을 피해 가다가, 가슴으로 칼끝에 쓰러진 그대들은 눈 그친 서울밤의 눈길을 걸어가라 아직 악인의 등불은 꺼지지 않고, 서울의 새벽에 귀를 기울이는 고요한 인간의 귀는 풀잎에 젖어 목이 마르다 인간이 잠들기 전에 서울의 꿈이 먼저 잠이 들어 아, 목이 마르다
4. 사람의 잔을 마시고 싶다 추억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 소주잔을 나누며 눈물의 빈대떡을 나눠 먹고 싶다 꽃잎 하나 칼처럼 떨어지는 봄날에 풀잎을 스치는 사람의 옷자락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나라보다 사람의 나라에 살고 싶다 새벽마다 사람의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서울의 등잔에 홀로 불을 켜고 가난한 사람의 창에 기대어 서울의 그리움을 그리워하고 싶다
5. 나를 섬기는 자는 슬프고, 나를 슬퍼하는 자는 슬프다 나를 위하여 기뻐하는 자는 슬프고, 나를 위하여 슬퍼하는 자는 더욱 슬프다 나는 내 이웃을 위하여 괴로워하지 않았고, 가난한 자의 별들을 바라보지 않았나니, 내 이름을 간절히 부르는 자들은 불행하고, 내 이름을 간절히 사랑하는 자들은 더욱 불행하다
『서울의 예수/ 정호승/ 민음사/ 1982』 중에서
▷ 하느님과 천사들이 저녁 미사를 보러 성당에 갔습니다. 성당에서는 신부님이 ‘예수 닮은 삶’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했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성당을 나오며 하느님이 물었습니다. “예수를 닮은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세실리아 천사가 말했어요. “예수님처럼 부활한 사람을 말합니다. 부활했다는 것은 죽었다가 살아난 것처럼 깨달음을 얻었다는 뜻입니다. 부처님도 큰 깨달음을 얻어서 모든 중생들을 다시 태어난 것처럼, 거듭난 것처럼 살게 했지요.” 마르첼리나 천사가 말했어요. “아무 잘못도 없는데 억울하고 고통스럽게 죽어간 사람이 예수님을 닮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로 영문도 모르게 죽어간 그들의 죽음은 역사를 올바르게 세우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십자가가 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상징은 십자가입니다. 죄가 없는데 폭력을 당하고, 침략을 하지 않았는데도 침략을 당하여 비참한 난민이 되고, 열심히 사는데도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이 바로 이 시대의 예수님 아니고 뭐겠어요?” 마리아 룻 천사가 말했어요. “정의에 분노하는 사람 또한 예수님이라 할 수 있죠. 굶는 자에게 먹을 것을 주고, 넘어진 자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우는 것이 정의입니다. 정의가 바로 세워지지 않을 때 가만히 있지 않고 떨쳐 일어나 분노하는 자, 너희가 소리치지 않으면 돌들이 소리치게 하겠다며 잘못된 세력에게 미움 받을 용기로 세상에 외치는 자가 바로 예수님 아니고 누구란 말이에요.”
▷ 내일부터 2차고사가 있습니다. 힘냅시다! 시험 기간 중에도 응원의 제나온 편지는 계속 띄웁니다. 오늘부터 크리스마스 전까지 제나온 편지에 답장(아래 위클래스 담당자에게 제나온 편지 잘 받아보고 있다는)을 보내는 친구에게는 하루에 1명씩 골라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드립니다.
▷ 학교생활 중, 친구나 선생님과 찍은 사진을 보내주거나 제나온 편지에 대한 답장이나 소감문 등을 보내주는 친구에게는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정성으로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내용에 따라 선별하여 본인 허락을 받은 후, 제나온 편지에 싣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학교생활 중 궁금한 일, 함께 하고 싶은 일,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주세요. 즉시 달려가 기꺼이 마중하겠습니다!
▷ 마음 치유 도우미(상담실) : 전북제일고 심리 전문상담교사 곽소라 063-840-9769(익송관3층 상담실)
▷ 학교생활 도우미 : 전북제일고 위클래스 담당교사 송창우 010-7163-7249, songbee1223@hanmail.net (본관 동쪽 3층 생활안전부)
▷ 이글은 우리 학교 홈페이지(https://school.jbedu.kr/jbjeil)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홈페이지→학생마당→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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