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169(20241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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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12.02 | 조회수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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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백예순아홉 번째 편지, 2024년 12월 3일, 화요일에
시계가 셈을 세면 / 최춘해
아이들이 잠든 밤에도 셈을 셉니다.
똑딱똑딱 똑딱이는 수만큼
키가 자라고 꿈이 자라납니다.
지구가 돌지 않곤 배겨나질 못합니다.
씨앗도 땅속에서 꿈을 꾸어야 합니다.
매운 추위에 떠는 나무도 잎 피고 꽃필, 그리고 열매 맺을 꿈을 꾸어야 합니다.
시계가 셈을 세면 구름도 냇물도 흘러갑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 바위도 자리를 뜰 꿈을 꿉니다.
시계가 셈을 세면 모두 모두 움직이고 자라납니다.
《시계가 셈을 세면》(브로콜리숲, 2017)
▷12월이 되어 곳곳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늘어났어요. 하느님과 천사들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러 버스를 타고 도심 한복판 모현동 신시가지에 내렸어요. 모현 도서관 앞에서는 구세군이 자선냄비 종을 딸랑거리며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하느님과 천사님은 지갑을 열어 지폐를 한 장씩 빼서 자선냄비에 넣었어요. 그때 맞은편 골목길에서 추위에 떨며 컵라면을 먹고 있는 젊은이가 소곤거리는 말을 들었지요. “자선냄비에 들어가는 돈이 내 주머니에 들어오는 기적이 일어났으면….” 하느님이 빙그레 웃으시니 세실리아 천사님도 따라 웃으시며 입을 열었어요. “제가 조금 전 병원에서 나왔는데, 전신마비 중인 한 형제님이 저를 붙잡고 감사의 기도를 했어요. 남이 떠먹여주는 밥을 먹다가, 죽기 살기로 재활을 해서 겨우 포크로 찍어가며 반찬 한 조각씩 먹을 수 있었는데, 조금 전에 젓가락으로 라면을 먹을 수 있게 되는 기적을 맛봤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어요.” 엷은 미소를 띠던 마르첼리나 천사님도 입을 열었어요. “저는 어제 교도소에서 한 자매님을 만났는데, 그 자매님은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가 없어서 일부러 교도소에 들어가 살고 있답니다. 밖에 나가도 너무 외롭고 무섭고 배를 굶을까봐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곤 하는데, 마음 편히 밖에 나다니며 사는 게 소원이라고 했어요. 그래도 이곳에서 밥 굶지 않고 걱정 없이 사는 것도 행복이라며, 추운데 이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제 손을 꼭 붙잡고 한참을 놓지 않았어요.” 입 꼬리가 올라가던 마리아 룻 천사님도 입을 열었어요. “얼마 전에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한 자매님을 한적한 산골에서 만났어요.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느 여름 날, 야근하고 퇴근하는 그녀가 걱정되어 남편은 우산을 들고 회사 앞에서 기다렸는데, 공장의 낡은 간판이 떨어지는 바람에 눈앞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자매님이었어요. 그녀는 간판이 걸려 있는 도시에 가면 그때 악몽이 되살아나 거리를 걸을 수 없답니다.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에, 세상에 태어나 가장 맛있게 먹었던, 도시의 골목에서 컵라면을 먹어보는 기적을 경험해보고 죽는 게 소원이라고 하지 않겠어요, 글쎄?”
▷ 수은주가 많이 내려갔습니다. 따뜻한 옷, 따뜻한 말, 따뜻한 인사로 따뜻한 학교생활이 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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