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166(20241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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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11.27 | 조회수 |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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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백예순여섯 번째 편지, 2024년 11월 28일, 목요일에
담장을 허물다 / 공광규
고향에 돌아와 오래된 담장을 허물었다 기울어진 담을 무너뜨리고 삐걱거리는 대문을 떼어냈다 담장 없는 집이 되었다 눈이 시원해졌다
우선 텃밭 육백 평이 정원으로 들어오고 텃밭 아래 사는 백 살 된 느티나무가 아래 둥치째 들어왔다 느티나무가 그늘 수십 평과 까치집 세 채를 가지고 들어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벌레와 새 소리가 들어오고 잎사귀들이 사귀는 소리가 어머니 무릎 위에서 듣던 마른 귀지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하루 낮에는 노루가 이틀 저녁엔 연이어 멧돼지가 마당을 가로질러 갔다 겨울에는 토끼가 먹이를 구하러 내려와 밤콩 같은 똥을 싸고 갈 것이다 풍년초 꽃이 하얗게 덮인 언덕의 과수원과 연못도 들어 왔는데 연못에 담긴 연꽃과 구름과 해와 별들이 내 소유라는 생각에 뿌듯하였다
미루나무 수십 그루가 줄지어 서 있는 금강으로 흘러가는 냇물과 냇물이 좌우로 거느린 논 수십만 마지기와 들판을 가로지르는 외산면 무량사로 가는 국도와 국도를 기어다니는 하루 수백 대의 자동차가 들어왔다 사방 푸른빛이 흘러내리는 월산과 청태산까지 나의 소유가 되었다
마루에 올라서면 보령 땅에서 솟아오른 오서산 봉우리가 가물가물 보이는데 나중에 보령의 영주와 막걸리 마시며 소유권을 다투어볼 참이다 오서산을 내놓기 싫으면 딸이라도 내놓으라고 협박할 생각이다 그것도 안 들어주면 하늘에 울타리를 쳐서 보령 쪽으로 흘러가는 구름과 해와 달과 별과 은하수를 멈추게 할 것이다
공시가격 구백만 원짜리 기울어가는 시골 흙집 담장을 허물고 나서 나는 큰 고을 영주가 되었다
『담장을 허물다』(창비, 2013)
▷ 하느님과 천사들이 담양 소쇄원에서 가을 단풍놀이를 하고 있었어요. “정말 아름다운 정자로군요.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이런 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세실리아 천사가 말했어요. “너무 멋진 풍경이에요. 감탄사가 절로 나오네요. 잠깐 머물러야 할 곳이라면 몰라도, 정말 좋은 집은 살기가 편해야 되지 않겠어요? 계곡물이 흐르고 뒷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지만 추위와 더위가 닥치면 불편해서 오래 머물 수는 없지요. 아름다운 겉모습보다는 아늑하고 편리하고 안전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제대로 된 좋은 집이라고 할 수 있지요.” 마르첼리나 천사가 말했어요. “디자인도 중요하고 내부 설계도 중요하지만 건축물의 최상의 조건은 뭐니 뭐니해도 위치 아니겠어요? 먹고 살아야 하니 시장이 가까운 곳, 언제 아플지 모르니 병원이 가까운 곳, 이왕이면 여가 생활을 위한 문화시설이나 도서관이 가까운 곳이라면 금상첨화고요. 아, 이렇게 아름다운 공원도 울타리 가까이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마리아 룻 천사가 말했어요. “편리한 삶을 위한 설계도 중요하고, 아름다운 풍경과 복잡한 삶을 해결하기 위해 위치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함께 사는 이웃이 누구이냐가 아닐까요? 울타리도 없이 살아도 되는 이웃은 숲이 되고, 풍경이 되고, 때로는 안전한 방패막이가 되고, 기쁨과 슬픔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나눌 수 있으니 이런 이웃이야말로 영혼과 육신의 반려자가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좋은 이웃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최고의 이웃이 되려고 하다 보면 저절로 멋진 이웃을 만날 테고요.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오직 이 한 계명만 지키라 하시던 예수님 말씀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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