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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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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150(20241104)
작성자 송창우 등록일 24.11.02 조회수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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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백쉰 번째 편지, 2024114, 월요일에

 

나무들의 결혼식 / 정호승

 

 

내 한평생 버리고 싶지 않은 소원이 있다면

나무들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낭랑하게

축시 한번 낭송해 보는 일이다

 

내 한평생 끝끝내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우수가 지난 나무들의 결혼식 날

몰래 보름달로 떠올라

밤새도록 나무들의 첫날밤을 엿보는 일이다

 

그리하여 내 죽기 전에 다시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은은히 산사의 종소리가 울리는 봄날 새벽

눈이 맑은 큰스님을 모시고

나무들과 결혼 한번 해 보는 일이다

 

 

하느님이 천사들과 결혼식에 갔습니다. 신부 아빠가 축사를 해달라고 부탁을 해서 오랜만에 급행열차를 탔습니다. “천사님이라면 무슨 얘기를 해줄래요?” 하느님 말씀에 세실리아 천사가 마이크 앞에서 말하듯이 한마디 했어요. “딸아, 세상에 나온 것이 출세야. 날 출() 세상 세()! 네가 세상에 태어나는 출세(出世)를 해서 여태까지 살아오는 동안, 나는 너무 행복했어. 그동안 행복만으로도 충분하니, 앞으로는 옆에 있는 신랑하고 기쁜 날들을 맘껏 누리며 살렴. 집에 전화하려고 애쓰고, 집에 오려고 힘쓰는 일은 하지 않아도 돼. 그걸 신경 쓰느라 너희 둘 행복에 조금이라도 금이 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 마르첼리나 천사도 한 마디 거들었어요. “딸아, 네가 출세를 한 세상은 완벽하단다. 날씨가 오늘처럼 맑은 날도 있고 어제처럼 흐린 날도 있고 지난여름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도 있었지만 머잖아 무서리가 내리고 눈 내리는 겨울도 오지 않겠니? 이런 날들이 차곡차곡 쌓여야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가을 단풍과 겨울 눈꽃의 철철이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지잖아? 날씨가 좋은 날 나쁜 날이 없듯이 네가 출세한 이 세상도 무지개가 뜨기도 하고 태풍이 부는 날도 있겠지만 그 모두가 네가 필요한 온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신의 선물이라 여기고 눈물도 웃음꽃처럼 대하면서, 네게 닥치는 온갖 날들을 멋지게 껴안아주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란다.” 마리아 룻 천사도 마이크를 잡는 시늉을 하며 한 마디 거들었어요. “딸아, 하늘에는 하느님이 계시고 땅에는 하느님 둘째가는 신이 있단다. 그게 바로 지금 네 옆에 있는 당신아니겠니? 옆에 있는 사람, 당신이라는 사람이 하느님 버금가는 신, 바로 당신이라 여기고 서로 섬기며 살아가기 바란다. 부부란 말도 서로 평등하다는 뜻으로 소리가 같은 부와 부로 만들어져서 부부가 되었다는 말을 잊지 마렴.” 하느님 얼굴에 미소가 퍼지면서, 마이크를 잡은 듯 주먹을 입으로 가까이 대며 한 마디 보탰어요. “아름다운 부부가 되기 위해서는 신랑이 꼭 명심할 말이 하나 있으니, 신랑은 잘 새기려무나. 한자에 계집 녀()라는 글자가 있는데, 기도하는 모습의 한자야. 옛날에는 여자 중심의 모계 사회라서 여자가 신을 모시는 제사장이라 남자는 제사 지내는 신탁에 얼씬도 못했거든. 가운데 중() 글자와 어미 모() 글자도 계집 녀 글자와 비슷한데, 이것은 모두 여자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이란다. 편안할 안() 자에도 맡길 위() 자에도 계집 녀()라는 한자가 들어가는 까닭이 원래 여자는 모든 것은 가장 중심이라는 깊은 뜻이 있어서란다. 그러니 신랑은 옆에 있는 신부를 세상의 중심으로 알고 하자는 대로 하면 만사형통일 거야. 내가 한자 공부를 많이 해서 더 가르쳐 주고 싶은데,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에 나한테 찾아오면 한 글자씩 가르쳐 줄 테니 세상 사는 법을 한 수 배우고 싶거든 언제든 우리 집에 놀러 오렴. 혹시 바쁘면 전화라도 자주 하렴? 다음엔 사내 남()이라는 한자의 뜻을 가르쳐 줄 테니.” 하느님 말씀에 천사들이 서로 바라보며 키득거리는 결혼식장의 한 구석 풍경이라니요!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입니다. 쌀쌀해지는 날씨에 건강 잘 챙기며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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