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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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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151(20241105)
작성자 송창우 등록일 24.11.05 조회수 10
첨부파일

제나온 백쉰한 번째 편지, 2024115, 화요일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마가리 : 오두막

 

 

하느님이 천사들과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날씨 예보를 보고 있었어요. “강원도 지방에는 벌써 눈이 온다니 첫눈에 대한 설렘보다 올겨울 추위 걱정이 되네요. 따뜻함으로 서로를 품어주는 겨울이었으면 좋겠어요.” 하느님 걱정에 세실리아 천사가 말했어요. “토란잎처럼 커다란 가슴으로 눈물방울들을 받아주면 겨울이 좀더 따뜻할 거예요. 눈물이 토란잎 위에서 또르르 구르다 보면 슬픔을 잊고 웃음이 날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다른 사람의 아픔을 달래주는 토란잎 가슴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마르첼리나 천사가 말했어요. “눈물을 받아주는 따뜻한 가슴도 필요하지만, 눈물방울에 담겨 있는 슬픈 이야기를 들어주는 귀가 필요해요. 생명의 무게가 어느 누구에든 똑같듯이 아무리 작은 슬픔이라도 커다란 귀로 듣다 보면 바위덩어리가 누르는 것처럼 삶이 버거워 숨쉬기도 힘들 때가 있지 않겠어요? 커다란 귀를 가진 코끼리가 부처님을 상징하는 까닭도 세상의 신음소리를 들어주는 관세음보살님을 닮아서 아니겠어요?” 관세음보살처럼 입가에 미소를 짓던 마리아 룻 천사가 말했어요. “하느님이 삼라만상을 지으시고 마지막에 사람을 만들어 온 세상을 다스리라고 하신 말씀이 떠올라요. ‘다스리라는 말은 우두머리가 되어 마음대로 함부로 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라 다 살리라는 뜻으로, 하느님이 지으신 것은 모두 하느님을 닮은 것이니 모두 함께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말씀 아니겠어요? 그 해결책으로 이웃의 아픔을 품어주고, 지구의 고통을 품어주고, 하늘의 별이 된 슬픈 영혼까지도 품어주라는 마음을 주신 것 아니겠어요? 사람의 마음도 하느님 닮은 것이라 가장 넓고, 가장 크고, 가장 따뜻한 것일 테니까요. 눈물방울이 하늘까지 닿는 슬픔이 되어 폭설처럼 내려오는 추위가 몰아쳐도, 하느님이 완벽하게 만들어 놓은 따뜻하고 포근한 사람들의 마음을 저는 믿어요. 그러니 올겨울도 걱정 없지요, 하느님?” 마리아 룻 천사 얘기를 듣는 하느님 입가에서 눈물방울 같은 한 마디가 또르르 굴러 나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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