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135(20241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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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10.11 | 조회수 |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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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백서른다섯 번째 편지, 2024년 10월 14일 월요일에
눈이 내릴 것 같다 / 프랑시스 잠
며칠 안에 눈이 내릴 것 같다. 난로 옆에서 나는 떠올린다. 작년에 있었던 슬픈 일을. 왜 그러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것이다, 그냥 놔두세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작년엔 내 방에서 생각에 파묻혔다. 밖에는 무거운 눈이 내리고 있던 때. 지금도 그때처럼 물부리 달린 나무 파이프를 피우고 있다. 내 오래된 떡갈나무 서랍장은 언제나 좋은 냄새가 난다. 그러나 나는 어리석었다. 우리를 둘러싼 것들이 변하지 않음에도 그저 밀어내고 싶다는 생각만 할 뿐.
도대체 왜 우리는 생각하고 말하는 것일까? 이상하다, 눈물과 입맞춤엔 말이 없지만 그 의미를 우리는 잘 안다. 친구의 발소리가 다정한 말보다 더욱 정겹게 느껴지듯.
사람은 별에도 이름을 붙여주었다. 별들은 이름이 없어도 되건만. 어둠 속을 지나는 아름다운 행성도 부끄러워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 작년에 파묻혔던 내 오래된 슬픔은 어디로 갔는가, 이젠 생각도 나지 않지만, 나는 말할 것이다, 그냥 놔두세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누군가 내 방에 와서 왜 그러느냐 물어와도.
▷ 하느님이 천사들과 가을 들판을 걷다가 한 마디 했어요. “볏단풍이 황홀하지 않아요?” 세실리아 천사가 말했어요. “볏단풍이라고요? 그러고 보니 콩고물을 올려놓은 설기떡처럼 들판이 노랗게 단풍이 들었어요. 벼논으로 가득한 들판이 노란 파스텔 색처럼 아름다워요. 곳곳에서 추수하는 모습을 보니 이제 곧 눈이 내리면 들판도 흰 색깔로 바뀔 날도 멀잖았네요.” “하얀 눈송이 날리는 들판을 떠올리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지 않아요? 늘 이런 마음으로 살 수는 없을까요?” 하느님 말씀에 세실리아 천사가 말했어요. “맞아요. 저는 작은 일에도 가슴이 늘 두근거리다 보니 제 삶은 ‘설레이즘’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밖에 나갈 때는 오늘 만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오늘 내가 가는 곳은 어떤 곳일까? 집에 돌아올 때도 그리운 사람을 만나듯 근처 가로수와 하나하나 인사를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귀가를 하지요. 조금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제 사상은 설레이즘이라고나 할까요?” 마르첼리나 천사가 말했어요. “설레이즘? 그거 맘에 드네요. 그럼 저는 ‘그까이즘’으로 할까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제가 늘 주문처럼 내뱉는 소리에요. ‘그까짓 거쯤이야!’, ‘그까짓 걸로 내가 화낼 줄 알아?’, ‘걱정 마, 그까짓 거!’라며 뭐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살다 보니 이젠 무슨 일이 와도 살아만 있으면 다행이고, 별일 없다는 게 최고의 행복이라 믿으며 늘 감사하며 지내요. 어때요, 그까이즘? 설레이즘 못지않죠?” 마리아 룻 천사가 환한 얼굴로 한 마디 거들었어요. “오, 설레이즘, 그까이즘!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말들이에요. 저는 그럼 ‘아하이즘’으로 해볼까요? 뭐든 제 앞에 나타나면 ‘아하 정말 놀랍구나!’, ‘아하, 정말 신비로워!’, ‘아하, 이런 황홀한 일을 보아!’라며 오로지 감탄으로 가득 찬 눈으로 응시하며 기뻐한답니다. 요즘엔 슬픈 일에도, 안타까운 일에도 ‘아하, 이럴 수가…’하며 내 슬픔과 아픔처럼 깊은 탄식으로 함께 슬퍼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기도 하지요. 어때요? 아하이즘이면 거뜬히 어떤 풍파도 거뜬히 당당하고 품위 있게 건너가지 않을까요?” 마리아 룻 천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른 세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탄성을 질렀어요, “아하~”
▷ 한 주간 동안 시험 치르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힘차게 월요일을 포옹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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