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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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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136(20241015)
작성자 송창우 등록일 24.10.15 조회수 7
첨부파일

제나온 백서른여섯 번째 편지, 20241015일 화요일에

 

한송이 꽃 / 도종환

 

 

이른 봄에 핀

한송이 꽃은

하나의 물음표다

 

당신도 이렇게

피어 있느냐고

묻는

 

 

하느님이 천사들과 가을비를 맞으며 편백나무 숲을 걷고 있었어요. 치유의 숲으로 오르는 길가에 연보라의 쑥부쟁이가 하늘하늘 피어 있었어요. “안녕, 예쁜 쑥부쟁이야. 반가워!” 하느님이 인사를 했어요. “쑥부쟁이가 어디가 그렇게 예뻐 보이나요, 하느님?” 세실리아 천사가 물었어요. “이렇게 하루 종일 날 기다린 듯하니, 예쁘지 않은 구석이 어디 있을까요? 제 눈엔 최고랍니다. 천사님들, 가장 예쁘다는 건 뭘까요? 어떤 기준으로 예쁘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하느님 물음에 세실리아 천사가 말했어요.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이면 적용 기준이 있지 않겠어요?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있듯이 국제적으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아야 그래도 최고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러려면 아무래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야 최고가 될 것 같아요.” 듣고 있던 마르첼리나 천사가 말했어요. “미스코리아를 선발하듯, 사회적 잣대를 적용하고 세계적인 기준으로 최고를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예쁘다고 최고라고 인정받는 것은 상대방이 결정하는 주관적인 견해 아니겠어요? 고슴도치도 제 새끼가 가장 곱고 예쁘다고 하듯이 나와 상대방의 관계가 더 중요해요. 엄마의 눈에는 내 자식이 가장 예쁘고 사랑스럽게 보이듯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의 눈길에 따라 최고가 되기도 하고, 최하가 되기도 하겠죠. 그렇지 않나요?” 마리아 룻 천사도 한 마디 거들었어요. “정해진 기준도 중요하고, 상대방이 어떻게 봐주느냐도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고라고 인정을 해도 내가 싫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길가의 쑥부쟁이가 나를 위해 피어나 기다리고 있었다고 어여삐 여기시며 반갑고 사랑스럽게 봐주시는 하느님의 따뜻하고 다정한 눈길처럼, 가장 중요한 잣대는 내 마음 아니겠어요? 제 겉모습이 하느님 닮았으니, 제 마음도 영혼도 하느님을 닮았겠지요?” 마리아 룻 천사가 하느님을 바라보자 눈을 찡긋, 하시는 하느님 얼굴이 환해졌지요.

 

 

오늘은 전국 고등학교 연합고사 날입니다.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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