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134(20241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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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10.10 | 조회수 |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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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백서른네 번째 편지, 2024년 10월 11일 금요일에
어떤 야만 / 안준철
외진 길에서 만난 한 여자 몸이 아팠던 것인지 다리를 절면서 내 앞으로 걸어오고 있다
다리를 전다기보다는 발을 내딛기 전 잠시 어딘가 해찰을 하는 듯하다
허공 속에서 몸이 잠깐 떠 있다가 이윽고 내려오는 모양새다
그 망설임의 순간들이 걸음걸이에도 영혼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우아하고 아름답다
왼발과 오른발이 땅에 당도하는 시간의 차이가 빚어낸 아름다움이다
그 차이를 견디지 못하는 것은 야만이다
▷ 하느님이 세 천사들과 수목원에 갔습니다. 계수나무 아래서 잠시 쉬고 있는데 달콤한 향기가 났습니다. “이게 무슨 냄새지요? 솜사탕 냄새 같기도 하고 추억의 달고나 냄새 같기도 하네요. 어디서 나는 걸까요?” 세실리아 천사가 말했어요. “아, 이건 계수나무 잎에서 나는 향기예요. 계수나무 낙엽에서는 이렇게 기분 좋은 향기가 난답니다. 이런 낙엽을 함부로 밟으면 낙엽한테 야만인 소리를 들을지도 몰라요.” “그렇군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야만인이 될 뻔했어요. 근데, 진짜 야만인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하느님 말씀에 세실리아 천사가 말했어요. “그거야 폭력을 휘두르는 자들이죠. 집에서 학교에서 거리에서 다른 사람의 육체는 물론이고 영혼을 갉아먹는 폭력은 약한 자를 두려움에 떨게 하고 끊임없이 고통을 주는 잔인한 자이죠. 겉은 하느님 형상을 닮은 사람의 모습이지만 속은 괴물보다 더 무섭고 끔찍한 야만인 아니겠어요?” 마르첼리나 천사가 말했어요. “인간이 인간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야만이지만, 말 못하는 식물과 동물을 함부로 대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인간이야말로 야만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에 못지않은 야만이 바로 경쟁 아니겠어요? 우리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이에요. 서로 돕고 나누고 협력하며 살아야 하는 세상입니다. 경쟁은 서로를 찢어지게 하고 나눠지게 하여 서로를 싸우게 만들죠. 더불어 사는 아름다움과 기쁨을 남김없이 앗아가는 경쟁이야말로 야만의 씨앗 아니겠어요? 공정한 경쟁이라는 포장을 씌워 아이들을 어려서부터 서로를 짓밟는 교육으로 망가지게 만들고, 행복한 어린 시절과 꿈 많은 청춘과 낭만의 젊음을 빼앗기고, 평안을 누려야 할 노년에까지 공포감에 젖어 출구 없는 터널과 같은 인생을 살게 하는, 허울 좋은 그럴듯한 경쟁교육이야말로 야만인들의 가면이 아니고 뭐겠어요? 경쟁에서 이긴 자만이 우월감이나 성취감을 맛보게 하는 끔찍한 야만 사회를 없애는 길은 경쟁에서 해방된 인간 세상을 만들 때 비로소 가능하지 않을까요?” 마리아 룻 천사가 말했어요. “진짜 야만은 하느님보다 돈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자본주의죠. 폭력과 경쟁도 야만의 하수인이지만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으로 자연을 파괴하고 동심을 짓밟고 도덕과 양심도 얼음장처럼 굳어지게 만드는 자본주의야말로 야만의 노예들이 살아가는 암흑이 아니겠어요? 빛이 어둠을 몰아내듯, 약한 자와 낮은 자와 가난한 자를 귀하게 여기는, 아니 약한 자와 낮은 자와 가난한 자를 구별하지도 않는 평등하고 자유로운 온전한 세상이 야만을 몰아내는 평화 세상 아니겠어요?”
<<생리대 사회학, 안준철, 푸른사상, 2019>>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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