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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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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120(20240913)
작성자 송창우 등록일 24.09.12 조회수 9
첨부파일

제나온 백스무 번째 편지, 2024913일 금요일에

 

어깨 주무르기 이용권 / 시바타 도요

 

 

먼지투성이

지갑 속에서

나온 것

 

아빠 엄마에게/

15분 어깨 주무르기 이용권

(195612월까지 쓸 수 있어요) / 겐이치

초등학생이던 아들이

 

갱지를 작게 잘라

선물한 이용권 한 묶음

지금도

쓸 수 있을까

                                   

약해지지 마시바다 도요/채숙향, 지식여행(2013)

 

 

하늘나라에서는 가끔 행복명품대회가 열린답니다. 누가 가장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행복한 모습으로 멋지게 사느냐가 초점이랍니다. 행복의 행()은 다행이라는 뜻이니, 웬만큼 아슬아슬한 고비를 다행스럽게 넘긴 사람이 아니고서는, 대회 출전할 생각조차 어렵겠지요? 손에 땀을 쥐고 머릿결이 쭈뼛할 정도 얘깃거리가 아니면 메달 급에 접근하기란 어림 반 푼도 없지 않았겠어요? 시바타 도요 할머니도 어느 날 마이크를 잡고 대회에 출전을 했겠지요. “나는 1911년에 도치기 시에서 태어났어. 세상에 태어나 보지도 못한 생명들이 얼마나 많아? 그런데 세상에 태어났으니 출세(出世)를 한 거 아니겠어? 얼마나 다행이야? 사내로 태어나진 못했지만 그 어려운 시기에 외동딸로 태어나서 귀염을 한 몸에 받았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더구나 쌀집을 하는 집에서 태어났으니 밥 굶을 일은 없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천성이 게으른 아버지 탓에 집안이 기울었지만 엄마아빠 사이가 좋아서 이혼은 안 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결국은 집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갔지만 작은 집에서 오순도순 셋이서 마음을 의지하며 살았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이 모든 게 게으른 아버지 탓이었지만 부지런한 어머니가 계셔서 스무 살 때 결혼을 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그 사람은 집에 생활비도 가져오지 않고 애정도 없었는데 반년만 살고 이혼을 하고 다시 부모님과 셋이서 살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서른세 살까지 고생하며 살았는데 나를 사랑해 주는 에이키치를 만나서 얼마나 다행이야? 남편은 도박을 좋아했지만 술은 마시지 않고 생활비를 꼬박꼬박 갖다 주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도박이 원수처럼 속상하기도 했지만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누나와 남동생 셋이서 친척 집을 전전한 아픔이 있는 남편이라, 우리 부모님을 돌봐주고 친척들까지도 챙겨주는 성격이라 얼마나 다행이야? 그렇게 고생하던 중에 아들 겐이치가 태어나서 얼마나 다행이야? 아들과 남편은 도박을 좋아하고 성급한 성격에 싸움이 나곤했지만 상냥하고 술은 안 마셨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남편은 겐이치를 주방장으로 만들고 싶어 했지만 겐이치는 나처럼 영화나 독서를 좋아하고 나중에 며느리가 된 시즈코도 작가가 됐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약한 며느리는 부모가 모두 병석에 있고 남동생까지 돌보는 처지였는데도 직장에 다니면서까지 나를 돌봐주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허리가 아파 일본무용을 할 수 없어서 마음 아팠는데 글쓰기를 하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이야? 92세에 시 쓰는 내 재능을 늦게라도 알아채서 얼마나 다행이야? 몸은 망가질 때로 형편없지만 온전한 정신으로 100살까지 시를 쓰고 살았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사랑하는 아들과 이별을 했지만 102살에 여기 하늘나라에서 꿈같은 행복명품대회에 참가를 하다니 얼마나 다행이야!.” 그날 대회에서 시바타 도요 할머니는 겨우 동메달에 그쳤지만 너무너무 기뻤답니다. 금은동메달을 받은 사람은 꿈속에서나마 이승에 내려가 사랑하는 사람을 딱 한 번 볼 수 있는 상이 내려졌으니 겐이치를 볼 생각에 얼마나 다행스러웠겠어요. 아하! 그대가 편지를 읽는 곳이 이승이라고요? 지금, 바로 이 순간이?

 

 

내일부터 5일 동안(914~918) 추석 연휴로 휴교입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시다가 다음 주 목요일 반갑게 만나요.

 

학교생활 중, 친구나 선생님과 찍은 사진을 보내주거나 제나온 편지에 대한 답장이나 소감문 등을 보내주는 친구에게는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정성들여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내용에 따라 선별하여 본인 허락을 받은 후, 제나온 편지에 싣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학교생활 중 궁금한 일, 함께 하고 싶은 일,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즉시 달려가 기꺼이 마중하겠습니다!

 

마음 치유 도우미(상담실) :

전북제일고 심리 전문상담교사 곽소라 063-840-9769(익송관3층 상담실)

 

학교생활 도우미 : 전북제일고 위클래스 담당교사 송창우 010-7163-7249, songbee1223@hanmail.net (본관 동쪽 3층 생활안전부)

 

이글은 우리 학교 홈페이지(https://school.jbedu.kr/jbjeil)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홈페이지학생마당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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