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101(20240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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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08.19 | 조회수 |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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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백한 번째 편지, 2024년 8월 20일 화요일에
부추꽃처럼 / 김영철
몸에서 마음에서 좋은 향기가 난다면
벌 같은 주먹 대장도
나비 같은 반장도
힘들여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옵니다.
▷ 세상이 말세라는 말에 하느님은 자나 깨나, 세상 걱정에 편할 날이 없었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언젠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한숨만 나오지 않았겠어요? 지구 종말이 오면 다른 별로 이사 갈 때 가져가려 했던 배낭 속 온갖 씨앗들을 불러 모아 입을 열었지요. “애들아, 사람들 때문에 지구가 망하게 생겼다는데, 어떡하면 좋겠니?” 해바라기씨가 손을 들고 말했어요. “하느님, 사람들이 세상을 자꾸만 지저분하게 만드는 것은, 음식을 잘못 먹어서 그러지 않을까요? 저를 비롯해서 모든 씨들이 햇볕을 불러오고, 신선한 공기를 만들고, 한 자리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는데도 사람들은 자꾸만 거칠어져 가요. 이건 틀림없이 사나운 짐승들을 잡아먹기 때문이에요.” 산사나무씨도 거들었어요. “해바라기씨 말이 맞아요. 산짐승 들짐승에 맛을 들이더니, 요즘은 아예 집안에 날짐승까지 키워가며 잡아먹거든요. 그러니 불안에 떨고, 공포에 떠는 온갖 짐승들이 사람들의 몸속에 들어가서 울부짖고 아우성치다 보니 사람들이 제 정신으로 살아갈 수가 없는 거죠.” 부추씨도 한 마디 했어요. “하느님,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한때는 사람들 몸에서 향기가 났지요. 살구씨가 들어가 살구향이 나고, 복숭아씨가 들어가 복숭아향이 나고, 사과씨가 들어가 사과향이 나는 사람들 아니었나요? 저 또한 사람들이 좋아해서 부추향으로 사람들 입맞춤에 서로의 가슴을 드나들며 신이 났었죠. 하지만 울안에 갇혀 사는 짐승들의 사나움으로 사람들은 향기로움도 잊고 달콤함도 잊어버리며 세상을 망가뜨리고 있어요.” 채송화씨도 페튜니아씨도 부겐빌리아씨도 이구동성으로 맞장구를 쳤지요. 하느님은 어쩔 수 없이 지구별에 찾아올 때 배낭 속에 깊이 숨겨두었던 말의 씨앗을 꺼냈답니다. 그리고는 속삭였어요. “애야, 이제 네가 내대신 한 번 더 세상에 다녀오려무나. 부추꽃 냉이꽃 향기로운 들꽃 먹고, 살구꽃 사과꽃 달콤한 과일 먹고, 초목산천의 온갖 아름다운 기도소리를 먹고 자란 네가, 사람들 가슴에 뿌려져서 가슴을 환하게 만들려무나. 참깨씨 들깨씨처럼 고소한 말씨로 퍼져서 사람들을 부드럽고 사랑스럽게 만들려무나. 오래오래 세상을 살맛나는 향기로운 세상이 되게 하려무나.” 하느님은 천지를 창조할 때 거들었던 말씨에게 이렇게 간절하게 부탁을 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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