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100(2024819) |
|||||
---|---|---|---|---|---|
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08.18 | 조회수 | 11 |
첨부파일 |
|
||||
제나온 백 번째 편지, 2024년 8월 19일 월요일, 2학기 개학날에
다음에 / 박소란
그러니까 나는 다음이라는 말과 연애하였지 다음에, 라고 당신이 말할 때 바로 그 다음이 나를 먹이고 달랬지 택시를 타고 가다 잠시 만난 세상의 저녁 길가 백반집에선 청국장 끓는 냄새가 감노랗게 번져 나와 찬 목구멍을 적시고 다음에는 우리 저 집에 들어 함께 밥을 먹자고 함께 밥을 먹고 엉금엉금 푸성귀 돋아나는 들길을 걸어 보자고 다음에는 꼭 당신이 말할 때 갓 지은 밥에 청국장 듬쑥한 한술 무연히 다가와 낮고 낮은 밥상을 차렸지 문 앞에 엉거주춤 선 나를 끌어다 앉혔지 당신은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바삐 멀어지는데 나는 그 자리 그대로 앉아 밥을 뜨고 국을 푸느라 길을 헤매곤 하였지 그럴 때마다 늘 다음이 와서 나를 데리고 갔지 당신보다 먼저 다음이 기약을 모르는 우리의 다음이 자꾸만 당신에게로 나를 데리고 갔지
▷ 하느님이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시고 나서 그 말씀을 허투루 버릴 수가 없었답니다. 세상을 만들었던 말의 씨앗인 말씨를 소중하게 여기셨던 것이죠. 그래서 말씨를 모두 하나같이 알뜰살뜰히 쓸어 담아 사람들 가슴 속에 차곡차곡 담아두셨지요. 언제든 하나씩 꺼내서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손이 닿는 곳에 넣어놓았답니다. 말이 없어도 통하는 세상이었으나 응급환자를 치료하듯, 가끔 급할 때, 왼손으로, 오른손으로 마음대로 가슴팍에서 끄집어내어 서로에게 사용하며 살아가게 했답니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위로의 말을, 외로운 사람에게는 희망의 말을, 쓸쓸한 사람에게는 환희의 말을 가슴속에서 꺼내어, 마음껏 서로에게 밥보다 배부른 영혼의 양식인 말씀을 먹이며 살아가는 세상이었답니다. 마리아나 해구보다 더 깊이 묻혀 있던 말씀들은 꽃씨처럼 퍼져서 세상을 아름답고 향기롭게 만들었고, 에베레스트 산보다 더 높이 쌓여 있던 말씀들도 열매의 씨앗처럼 퍼져서 세상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 배고픈 자도, 외로운 자도, 쓸쓸한 자도 하나씩 자취를 감추고 말았어요. 그래서 지상의 나라가 바로 하늘나라였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천국을 찾지도 않아도 되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지 세상이 자꾸만 서로를 믿지 못하고 어수선해지면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있었어요. 할 수 없이 하느님은 천국 문을 회전문으로 바꾸시고 아무나 들어올 수 없게 만드셨답니다. 천국 문은 가슴 속에 남아 있는 말씀으로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하는데, ‘다음’이라는 말을 다 써버리고 하나도 남기지 않은 사람은 회전문에 갇혀 다시 지상으로 돌아나가게 되었답니다. 슬픈 사람에게 ‘다음’에 위로 하겠다 하고, 가난한 사람에게 ‘다음’에 먹을 걸 주겠다 하고, 외로운 사람에게 ‘다음’에 함께 하겠다 하고, 쓰러진 사람에게 ‘다음’에 친절을 베풀겠다고 하면서 ‘다음’이라는 말씀을 허투루 다 써버린 사람에게는 천국 문도 다음차례에나 통과하게 된다는 거 아니겠어요?
▷ 개학입니다. ‘제나온 아흔아홉 번째 편지’에 실린 ‘여름 방학숙제’는 잘 마무리했나요? 내 생애 방학숙제라 여기시고 천천히 하나씩 해치워보면 어떨까요? 어쨌든 시작이 반이랍니다. 오늘 힘차게 출발하는 것으로 2학기의 반은 건너간 셈입니다!
▷ 2학기에도 학교생활 중, 친구나 선생님과 찍은 사진을 보내주거나 제나온 편지에 대한 답장이나 소감문 등을 보내주는 친구에게는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정성들여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내용에 따라 선별하여 본인 허락을 받은 후, 제나온 편지에 싣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학교생활 중 궁금한 일, 함께 하고 싶은 일,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즉시 달려가 기꺼이 마중하겠습니다!
▷ 마음 치유 도우미(상담실) : 전북제일고 심리 전문상담교사 곽소라 063-840-9769(익송관3층 상담실)
▷ 학교생활 도우미 : 전북제일고 위클래스 담당교사 송창우 010-7163-7249, songbee1223@hanmail.net (본관 동쪽 3층 생활안전부)
▷ 이글은 우리 학교 홈페이지(https://school.jbedu.kr/jbjeil)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홈페이지→학생마당→제나온 편지)
|
이전글 | 제나온 편지101(20240820) |
---|---|
다음글 | 제나온 편지99(2024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