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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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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98(20240801)
작성자 송창우 등록일 24.07.31 조회수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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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아흔여덟 번째 편지, 202481, 목요일에

 

대본 읽기 / 김창완

 

 

햇살 뿌연 회의실에 둘러앉아 대본을 읽는다

오리털 파카를 입고 임금을 읽고

빨간 추리닝을 입고 대감을 읽는다

백정은 운동화를 신었고

며느리는 슬리퍼를 달랑거리고 있다

대사가 없는 노복은 문자를 보내고 있고

조연출은 읽는 사람들을 눈동자로 쫓아다닌다

공주는 계속 연필만 돌리고 있고

성질 급한 감독님은 지문을 읽다

배우들 대사도 따라 읽는다 더 큰 소리로

중전이 읽으면 대궐이 된다

할아범이 읽으면 초가집이 되고

의원이 읽으면 약방이 되고

포졸이 고함치면 포도청이 된다

바람이 불고 비 오고 눈 오고 세월 흐르고

말이 달리고 화살이 날아가고

영감이 죽고 아기가 나온다

그러나 바로 거기도 바로 그때도 바로 그 사람도 아니다

그저 한낮의 풍경이다

 

                                     

바보나라에서는 속담풀이 잔치가 열립니다.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속담을 사람들이 엉터리로 쓰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바보나라 어린이들을 모아놓고 속담풀이를 하며, 잔치를 여는 거죠. 올해도 이 마을 저 마을에서 자기네 마을 속담 자랑을 하러 바보나라 방방곡곡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어요.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 이 말은 바보할아버지가 가르쳐 주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사이는 슬픔을 나누는 사이도 아니고, 아픔을 나누는 사이도 아니고, 기쁨을 나누는 사이야. 위로는 가면을 쓴 것처럼 가짜일 때가 있지만 기쁨을 나누는 일은 진실이 아니면 다가서기 어렵지. 함께 사는 이웃이나, 피를 나눈 사촌이 삶의 터전인 논을 장만하는 일은 세상을 다 얻은 기쁨 아니잖니? 그 기쁨에 동참해서 함께 어울려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며 밤낮을 즐기다보면 배가 아픈 것은 물론이고 몸살이 나는 게 정상이지. 내 몸이 상할 때까지 기쁨을 나눠준다는 멋진 속담이 마을에 내려온다는 게 난 무척 자랑스럽단다.” 바보할머니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 라는 말을 들고 나왔어요. “닭띠는 개띠보다 두 살이 많단다. 오뉴월 하룻볕만 달라도 형님아우가 결정되는데, 두 살 차이면 하늘같은 언니 아니겠어? 우리 마을에서는 나이 더 먹은 사람을 조상님 떠받듯이 모신단다. 힘 센 자가 힘없는 자를 쫓고 내몰고 다니는 일은 닭대가리가 개소리를 하는 짓거리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란다. 듣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이 속담을 잘 간직하려무나, 사랑스런 바보아이들아!”바보아저씨 한 분은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를 가르쳐주었어요. “원숭이가 좋아하는 나무가 배롱나무야. 원숭이가 미끄럼을 타는 나무라서 원숭이미끄럼나무라고도 하지. 이 나무는 사랑을 나누기에는 가지가 너무 약하단다. 그래서 사랑하는 짝이 생기면 나무를 떠나 아무도 모르는 숲속 동굴 속에서 깊은 사랑을 나누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서 좋아하는 것을 잠시 멈춘다는, 듣기만 해도 짜릿한 속담을 사춘기가 되면 꼭 떠올리는 걸 잊지 마렴?”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바보아줌마가 풀이를 해줬어요. “애들아, 아이스크림 먹을 때 침 바르면 다른 사람 먹을 수 있겠니? 살구나무도 스누피란 놈한테 찍힌 거야. 침 뱉는 것은 다반사고, 오줌누고, 똥누고, 까딱하면 비벼대며, ‘넌 네 거야!’하며 점찍어대는 염치라니! 꽃향기며 꽃그늘이며 살구맛에 살구씨로 공기놀이까지 하더니 이젠 죽기살기로 아예 스누피 이 강아지 녀석이 자기 몸을 묶어놓고 떠날 줄을 모르니, 어찌 살구나무가 홀딱 넘어가지 않고 배기겠니?” 해 저무는 줄도 모르고 바보나라아이들은 조상님들의 지혜에서 나온 아름다운 속담을 가슴속에 꼭꼭 간직하고 있었지요.

 

 

8월의 첫날입니다. 오늘 하루만 지나면 여름방학입니다. 나날이 폭염으로 힘들지만 어디선가 튼실한 열매 익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더위와도 살갑게 지내며 방학 맞을 차비를 해볼까요?

 

학교생활 중, 친구나 선생님과 찍은 사진을 보내주거나 제나온 편지에 대한 답장이나 소감문 등을 보내주는 친구에게는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정성들여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내용에 따라 선별하여 본인 허락을 받은 후, 제나온 편지에 싣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학교생활 중 궁금한 일, 함께 하고 싶은 일,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즉시 달려가 기꺼이 마중하겠습니다!

 

마음 치유 도우미(상담실) :

전북제일고 심리 전문상담교사 곽소라 063-840-9769(익송관3층 상담실)

 

학교생활 도우미 : 전북제일고 위클래스 담당교사 송창우 010-7163-7249, songbee1223@hanmail.net (본관 동쪽 3층 생활안전부)

 

이글은 우리 학교 홈페이지(https://school.jbedu.kr/jbjeil)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홈페이지학생마당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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