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96(202407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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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07.30 | 조회수 | 14 |
제나온 아흔다섯 번째 편지, 2024년 7월 30일, 화요일에
어이없는 놈 / 김개미
102호에 다섯 살짜리 동생이 살고 있거든 오늘 아침 귀엽다고 말해 줬더니 자기는 귀엽지 않다는 거야 자기는 아주 멋지다는 거야
키가 많이 컸다고 말해 줬더니 자기는 많이 크지 않았다는 거야 자기는 원래부터 컸다는 거야
말이 많이 늘었다고 말해 줬더니 지금은 별로라는 거야 옛날엔 더 잘했다는 거야
102호에 다섯 살짜리 동생이 살고 있거든 자전거 가르쳐 줄까 물어봤더니 자기는 필요 없다는 거야 자기는 세발자전거를 나보다 더 잘 탄다는 거야
▷ ‘하느님 알아보기 대회’플래카드가 걸렸어요.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예 하느님이 하늘에서 지상으로 이사를 왔거든요. 아무도 자기를 몰라보니 늘 미소를 띠고 살지만, 가끔 알아보는 사람도 더러 있거든요. 한 아이가 말했어요. “엊그제 날카로운 전기톱에 쓰러지는 왕버들나무를 봤어요. 쓰러지면서 ‘애야, 저리 비켜!’하며 큰소리를 질렀잖아요?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던 노린재가 못 알아듣자, 온몸을 뒤틀며 하천 쪽으로 쓰러졌어요. 그때 난 알아봤죠. 하느님이 왕버들나무로 여태 우리 마을을 지켜줬다는 걸.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큰 길을 내야한다고 잘라버리고 말다니. 그때 얼마나 아프셨나요, 우리 마을 하느님?”지팡이를 짚은 할머니 한 분이 기억을 더듬으며 말씀했어요. “우리 자식 부부가 생떼 같은 손주 둘을 놓고 하늘나라에 가고 나서, 이 늙은이가 박스를 주워 팔던 시절이었죠. 고물상 주인 절름발이 아들이 얼마 안 되는 폐지다발에 넘어지는 척 하면서 물을 엎지르는 거예요. 몸이 불편해서 미안하다고 말이죠. 처음엔 몰랐는데 오랜 시절이 되어서 알았어요. 무게가 많이 나가게 하려고 그랬다는 걸. 가끔 신문지뭉치에 납작한 돌덩이도 몰래 끼워 넣기도 해서 구두쇠 아버지한테 혼찌검이 나기도 했지요. 우리 동네에 절름발이 하느님이 계시다는 걸 그때야 알았어요.” 자기를 늦게라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하느님은 흐뭇했어요. 하지만 그날 1등 상은 중2학생이었답니다. 학교 끝난 후 자전거를 타고 바삐 영어 학원을 가던 중, 플래카드를 보고 소리쳤죠. “오 마이 갓! 정말 재밌는 세상이군, 크크큭” 보자마자 자기를 알아보는 하느님도 깜짝 놀랐겠지요? “저 녀석들을 조심해야 해. 잘못 걸리면 금세 들통 나서 산통이 다 깨질 테니. 역시,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놈은 중2야!
▷ 1학기 마지막 주입니다. 오늘은 어제처럼 1, 3학년 융합수업이 진행됩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마지막 주,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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