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83(202407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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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07.10 | 조회수 |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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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여든세 번째 편지, 2024년 7월 11일, 목요일에
발전소 / 송창우
물을 많이 받아놓으면 발전소다 태양을 뜨겁게 받으면 발전소다 바람을 세게 받으면 발전소다 상처를 많이 받으면 발전소다
▷ 하느님이 천사들과 함께 2박 3일로 지리산 천왕봉을 올라가기로 했어요. 연하천 대피소에서 저녁을 지어먹고 설거지를 하는데 손이 너무 시렸어요. “아직 여름이 다 지나지 않았는데도 산속 물이라 그런지 정말 차가워요. 세상에서 가장 값어치 있는 물은 어떤 물일까요?” 젓가락을 씻고 있던 세실리아 천사가 말했어요. “먹고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서는 강물만 한 게 있겠어요? 온갖 주곡과 잡곡을 길러주는 강물이 없다면 아무도 살 수 없을 거예요. 문명이 시작된 곳도 모두가 다 강줄기이듯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든 강물이야말로 최고의 물이 아닐까요?” 라면국물이 묻어 있는 냄비를 씻어내던 마르첼리나 천사가 말했어요. “강물도 중요하죠. 하지만 강물이 모이고 모여서 이르는 곳이 어디겠어요? 결국은 바닷물이 모든 물의 고향 아니겠어요? 생명이 물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그 처음 물이 바로 어머니 자궁 속 양수 같은 바닷물이라고 생각해요. 바닷물이 흩어져서 빗물도 되고, 샘물도 되고, 우물물도 되고, 계곡물이 되고,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어서 다시 고향인 바다로 되돌아오듯이 모든 물의 고향인 바닷물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물이 틀림없을 거예요.” 닦은 냄비를 마른행주로 물기를 걷어내던 마리아 룻 천사가 말했어요. “하늘에는 태양이 있고 허공에는 바람이 있고 땅에는 물이 있어서 세상 만물이 기쁘게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죠. 그리고 땅에는 빗물이 모여 강을 이루고, 강물이 실핏줄처럼 이어져 바다라는 심장으로 달려갔다가 다시 또 구름이 되고 빗물이 되고 강물이 되어 바다에 이르기를 반복하며 지구라는 아름다운 생명체를 쉼 없이 춤추게 만드니, 어느 물 하나라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있겠어요?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고통과 슬픔과 때론 그것들을 이겨낸 기쁨의 눈물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지요. 빗물 한줄기는 산천초목과 농부의 간절한 눈물이 불러들인 것이고, 강물 한 줄기는 대지의 벌레와 짐승들의 울부짖는 눈물이 넘쳐서 흐르는 생명의 젖줄이고요, 오대양을 돌고 도는 거대한 바다의 해류와 출렁대는 파도의 바닷물은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물고기들의 그렁그렁한 눈물들이 쏟아져 고인, 뭇 생명들의 안식처이기도 하답니다. 그러니 바닷물이 모든 물의 고향이듯이, 마음의 창인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이야말로, 빛을 내뿜는 발전소처럼 뭇 생명들의 고향과 같은 영혼의 뿌리가 되니, 어느 것보다 귀하고 소중하고 값진 최고의 물이지 않을까요?” 천사의 말을 듣는 하느님 눈가가 촉촉해져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 떨어질 듯했어요.
▷오늘 3학년은 모의고사를 치릅니다. 1, 2학년은 정상 수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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