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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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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75(20240628)
작성자 송창우 등록일 24.06.28 조회수 17
첨부파일

제나온 일흔다섯 번째 편지, 2024628, 금요일에

 

돌사자 / 박경임

 

 

몸이 돌로 변해

돌아다니지 못하고

집으로 가지 못하는 사자가 있어

마을 앞에 앉아 있어

돌사자는 움직이지 않으니까 무섭지 않아

 

깊은 밤이 되면 잠이 안 오고 심심해서

아는 사자들을 부르지

 

아빠 사자 엄마 사자 형 사자 동생 사자 친구 사자

떼 지어 거리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사자를 돌로 만든 사람을 찾고 있는지 몰라

돌사자를 사자로 되돌려 줄 마법사를 찾고 있는지 몰라

돌아다니다 보면 배가 고프겠지

그러니까 늦은 밤에는 절대로 밖에 나가면 안 되겠지

 

 

▷ 하느님이 천사들과 분리수거를 하려고 마을 경로당 앞으로 갔어요. 경로당 앞에는 분리수거통이 있어서 플라스틱, 비닐, , 폐건전지, 종이를 수거함에 따로따로 분리를 할 수 있어요. 집밖을 나선 김에 논두렁을 함께 걷다가 하느님이 천사들을 바라보며 말했어요. “언젠가는 세상이 살 수 없는 날이 올 텐데, 어떤 까닭으로 사람들이 세상에서 살지 못하게 될까요?” 세실리아 천사가 말했어요. “아마도 전쟁 아닐까요? 세상에 있는 무기만 없앤다면 참 평화가 오지 않겠어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모기나 파리를 죽이듯, 사람을 죽이는 세상이에요. 사상과 종교와 민족과 국가를 핑계로 서로를 죽이고 죽게 만드는 끔찍한 전쟁을 벌이지만 결국은 돈 때문이 아닌가요? 사람들이 만들어낸 무기 때문에 지구마저 한 시도 편안히 쉬지 못하고 늘 떨고 있을 거예요.” 마르첼리나 천사가 말했어요. “전쟁은 태초부터 끊임없이 있었잖아요? 하지만 아직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어요. 정말로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물의 오염이에요. 거대한 강물이 한번 오염되면 백년세월이 지나야 원래 모습을 찾을 수 있다지만 바닷물이 오염되면 어떻게 될까요? 핵발전소에서 버리는 방사능이 섞인 물과 바다로 흘러드는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 속 생물들을 괴물로 만들어 결국은 사람들을 집어삼키는 끔찍한 종말을 가져오고 말 거예요.” 마리아 룻 천사가 말했어요. “전쟁도 무섭고, 강이나 바다 오염도 무시무시하지만 기후가 자꾸만 이상해지는 기후위기야말로, 세상을 아무도 살 수 없는 공포의 지구로 만들고 말 거예요. 고기를 얻기 위해 숲을 불태우고, 식물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보다는 오로지 인간의 풍요와 안락만을 위해서 훼손하는 자연이 몸살을 앓는 기후위기는 지구를 뜨겁게 달궈, 결국은 아무도 살지 못하는 세상으로 만들 걸 생각하면 눈물이 나지요.” 수녀님들과 함께 서쪽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저녁놀을 바라보며 하느님이 말했어요. “신나게 뛰어 놀아야 할 청소년인 그레타 툰베리까지 나서게 해서 마음이 정말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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