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일흔한 번째 편지, 2024년 6월 24일, 월요일에

새빨간 거짓말 / 박이화

먹다 보면

껍질만 남는 것이 석류다

먹으면 먹을수록 새빨간 껍질만 쌓이는

사랑하고부터 거짓말도 늘었다

생각만 해도 신트림 끄윽 괴는

그 새콤달콤한 말 들키지 않으려

석류처럼 석류꽃처럼

내 입술도 반지르르 붉어졌다

익다 보면 제풀에 단내 꺼억 풍기는

벗기다 보면 겉과 속이 한통속인

석류 한 통 다 먹고 나니 거짓말처럼

석류보다 더 많은 껍질이 쌓였다

단물 쏙 빠진 알맹이까지 시금털털 껍질로 남았다

생이 아름답다는 건 거짓말

사랑에 온통 정신 팔려

영영 지울 수 없는 얼룩만 남긴

생이 아름답다는 건 거짓말

석류보다 석류꽃보다 더 새빨간 거짓말

<<흐드러지다>> 박이화 시집, 천년의 시작, 2013

▷ 하느님이 천사들과 체육대회를 하고 있었어요. 경기 시작 전엔 운동장에 전교생이 다 모여서 청소년 생활 체조를 하고 학급별 단체 경기를 합니다. 여학생이 하는 발야구와 피구 경기, 남학생이 하는 축구, 핸드볼, 농구, 단체 줄넘기, 그리고 400m와 800m 이어달리기 경기를 진행합니다. 교실에 갇혀지내다가 모처럼 운동장, 체육관에서 하는 경기가 놀이처럼 신납니다. 운동장을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며 하느님이 말했어요. “이렇게 재밌는 순간도 운동장이 텅 비듯 금방 잊혀 지겠지요? 영원하다는 사랑을 잊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세실리아 천사가 말했어요. “사랑은 타오르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휘발유 같은 성질을 지녀서 금방 사라지고 말지요. 그러니 편지를 쓰듯 종이에 꾹꾹 눌러 써넣어야 해요. 천년을 지나도 변함없는 한지에 천년을 지나도 변함없는 먹물로 마르지 않게요.” 마르첼리나 천사가 말했어요. “영원한 사랑을 한 순간에 타오를 종이쪽지에 쓴다는 게 우습지 않나요? 헤나를 하듯, 타투를 하듯, 문신을 하듯 살에 새겨 넣어야 해요. 살갗 아래 핏줄까지 스며들어 사랑한다는 말이 모세혈관까지 온 몸 구석구석에 짜르르 전류처럼 퍼지도록….” 마리아 룻 천사가 말했어요. “죽어서도 함께 하자는 사랑의 맹세를 어찌 살갗에 새긴단 말이에요? 백골이 되도록 지워지지 않게 뼈에 새기면 모를까요. 꽃은 제가 꽃이라는 걸 잊어서 비로소 꽃이 된답니다. 나비 또한 제가 나비인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꽃 속에 파묻히는 사랑을 하게 되고요. 사랑은 사랑한다는 흔적도 남기지 않을 때 진정한 사랑으로 타오르다 흐느적거리며 사라지는 절정을 맛보지 않겠어요? 명예나 도덕에 신경 쓰며 남들 눈치나 보는 인생은, 알고 보면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는 말짱 헛된 인생이듯이…!”

▷ 이번 주(월~금)에는 국어(1학년), 문학(2학년), 화법과 작문시간(3학년)을 통해 독서마라톤이 실시됩니다. 시험은 국어 시간을 통해 미리 예고하고 치를 예정입니다.

▷ 전북제일고 축제(어우두리)가 7월 26일 열립니다. 예선 신청은 오늘(6월 24일)까지이며, 예선 심사는 7월 3일(수요일) 16시 30분부터 시청각실에서 합니다. 결과는 7월 4일 발표합니다.

▷ 축제 사회자를 모집합니다. 오늘(6월 24일)까지 네이버 폼으로 신청서를 제출합니다. 사회자 심사 일정 및 결과 발표는 축제 예심 결과 발표와 같습니다.

▷ 학생회장 선거가 7월 26일에 실시됩니다. 6월 24일에서 28일까지 후보등록 기간입니다. 많은 지원 바랍니다. 자세한 사항은 생활안전부에 문의하세요!

▷ 학교생활 중, 친구나 선생님과 찍은 사진을 보내주거나 제나온 편지에 대한 답장이나 소감문 등을 보내주는 친구에게는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정성들여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내용에 따라 선별하여 본인 허락을 받은 후, 제나온 편지에 싣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학교생활 중 궁금한 일, 함께 하고 싶은 일,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즉시 달려가 기꺼이 마중하겠습니다!

▷ 마음 치유 도우미(상담실) :

전북제일고 심리 전문상담교사 곽소라 063-840-9769(익송관3층 상담실)

▷ 학교생활 도우미 : 전북제일고 위클래스 담당교사 송창우 010-7163-7249, songbee1223@hanmail.net (본관 동쪽 3층 생활안전부)

▷ 이글은 우리 학교 홈페이지(https://school.jbedu.kr/jbjeil)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홈페이지→학생마당→제나온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