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제일고등학교 로고이미지

제나온 편지

RSS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프린트하기
제나온 편지56(20240531)
작성자 송창우 등록일 24.05.30 조회수 15
첨부파일

제나온 쉰여섯 번째 편지, 2024531, 금요일에

 

꾸중 / 정호승

 

 

엄마를 따라 산길을 가다가

무심코 솔잎을 한 움큼 뽑아 길에 뿌렸다

그러자 엄마가 갑자기 화난 목소리로

호승아 하고 나를 부르더니

내 머리카락을 힘껏 잡아당겼다

니는 누가 니 머리카락을 갑자기 뽑으면 안 아프겠나

말을 못하지만 이 소나무가 얼마나 아프겠노

앞으로는 이런 나무들도 니 몸 아끼듯이 해라

, 알았심더

나는 난생처음 엄마한테 꾸중을 듣고

눈물이 글썽했다

 

 

▷ 안녕하세요! 저는 한 자리에서 30년이 넘게 아이들을 가르친 사람입니다. 한결같이 제 가르침을 따라주고 저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기도 해서 이렇게 자신을 꿋꿋하게 버텨온 비결을 얘기해드리려고 해요. 첫 번째로 저에겐 고통의 흔적이 몸 안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남들은 외상(트라우마)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옹이와 같은 거죠. 외상이 있다고 불행한 것은 아니었고요, 저를 강하게 하는 희망의 에너지가 되고 엄청난 시련이 다가올 때는 저를 지켜주기도 했답니다. 무지막지하게 단단한 제 옹이를 만나면 톱마저 비켜 가는 것처럼 말이에요. 살면서 생기는 고통은 그 당시에는 무척 견디기 힘들지만 한번 이기고 나면 훨씬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제 안에서 자라는 고통은 견디는 힘, 즉 면역력을 갖춘 내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둘째는 다양한 제 모습입니다. 저는 철마다 스스로 옷을 만들어 입지요. 사시사철 바뀌는 제 모습에 다들 무감각하다가 가을 패션에만 탄성을 지르는데, 울긋불긋 물든 잎이라도 앞과 뒤가 다르고 아래서 위를 보고 위에서 아래를 볼 때도 저마다 새롭고 놀라운, 또 다른 제 모습도 눈여겨볼 만하답니다. 사람들도 양면성을 넘어 다면성을 가지고 있는데, 탤런트만이 다양한 캐릭터 삶을 살 자격이 있는 게 아니라 누구든지 자신의 특이한 모습을 드러내며 살 자격이 있는 거 아니겠어요? 셋째는 제 몸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순간 몸의 일부가 새롭게 다시 자랍니다. 떨어지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넷째로, 저는 철저한 이기주의자랍니다. 사람들은 저보고 아낌없이 주는 자라며 칭찬을 쏟아내는데, 사실은 저 자신만을 위해서 치열하게 살아요. 그렇게 살다 보니 결국은 남김없이 모든 걸 주게 되는 칭찬을 듣는 거겠죠? 같은 자리에 서서 있지만 사람들은 저를 꾸중하기는커녕 제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답니다. 제가 누구냐고요? 알 만한 사람은 눈치 챘겠지만 성은 단풍이고 이름은 나무랍니다. 그러니까 단풍나무예요. 사람들 성은 김 씨 이 씨 박 씨 등등, 모두 합해도 백 가지 정도이지만 우리들은 수백, 수천도 넘는답니다. 단풍 씨, 소 씨, 이팝 씨, 미루 씨, 버들 씨, 삼 씨, 왕벗 씨, 자작 씨, 느티 씨, 배롱 씨, 등등 셀 수가 없고, 소행성612라는 어린왕자별에 사는 바오밥 씨처럼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 서쪽 마다가스카르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도 있답니다.

 

 

오늘 5월 마지막 날입니다. 5월 배웅 쿨~하게 하시고, 6월 마중은 신바람으로 껴안으시길 바랍니다. 학교생활 중, 친구나 선생님과 찍은 사진을 보내주거나 제나온 편지에 대한 답장이나 소감문 등을 보내주는 친구에게는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정성들여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내용에 따라 선별하여 본인 허락을 받은 후, 제나온 편지에 싣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학교생활 중 궁금한 일, 함께 하고 싶은 일,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즉시 달려가 기꺼이 마중하겠습니다!

 

마음 치유 도우미(상담실) :

전북제일고 심리 전문상담교사 곽소라 063-840-9769(익송관3층 상담실)

 

학교생활 도우미 : 전북제일고 위클래스 담당교사 송창우 010-7163-7249, songbee1223@hanmail.net (본관 3층 생활안전부)

 

이글은 우리 학교 홈페이지(https://school.jbedu.kr/jbjeil)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홈페이지학생마당제나온 편지

 

이전글 제나온 편지57(20240603)
다음글 제나온 편지55(2024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