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57(202406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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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06.03 | 조회수 |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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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쉰일곱 번째 편지, 2024년 6월 3일, 월요일에
나는 황야를 본 적이 없다 / 에밀리 디킨스, 류시화 옮김
나는 황야를 본 적이 없다 나는 바다를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안다, 히스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파도가 어떤 것인지
나는 신과 얘기해 본 적이 없다 천국에 가 본 적도 없고 하지만 분명히 안다, 그곳이 어디에 있는지 마치 지도를 본 것처럼
▷ 처음엔 오로지 천국이라는 나라밖에 없었습니다. 좋은 것과 나쁜 것도 없고, 남자와 여자도 없고, 암컷과 수컷도 없고, 어둠과 빛도 없고, 암술과 수술도 없고, 심지어는 천국과 지옥도 없었으니까요. 그러니까 모두가 하나였지요. 동물들도 사람들도, 나무도 꽃도, 하늘과 땅도 하나여서, 네 것 내 것도 없고, 좋고 싫고도 없고, 걱정근심도 없는 천국이라는 나라밖에 없었던 거죠. 그러다 보니 모두가 딱 붙어 끼리끼리 하나가 되어 떨어지지 않고 평화롭게 살았답니다. 그러다 보니 또 얼마나 심심했을까요? 그래서 하느님은 다들 모아놓고 재밌는 숨바꼭질 놀이를 하자고 했어요. 심심하던 차에 재밌는 놀이를 하자는 하느님 말에 모두가 좋아라하자, 하느님은 둘이 서로 붙어서 하나가 된 모든 것들을 둘로 쪼개서 꼭꼭 숨겨놨답니다. 암컷과 수컷으로, 암술과 수술로, 빛과 어둠으로, 선과 악으로, 하늘과 땅으로, 그리고 남자와 여자는 물론이고 남자와 남자도, 여자와 여자끼리 붙은 것도 빠짐없이 모두 떼어서 숨겨놨지요. 심지어는 천국과 지옥도 둘로 쪼개놓고 서로 찾게 만들고 말았어요. 그로부터 재밌는 놀이 세상이 되었답니다. 암컷은 수컷을 찾아다니고, 암술은 수술을 찾아 헤매고, 남자와 여자는 좋아하는 남자나 여자 짝을 찾느라 가슴앓이를 하는 등, 모두가 처음 하나여서 꼭 껴안고 살았던 짝을 찾느라 복잡한 세상이 되었답니다. 그러다 보니, 전에 없던 것들이 하나하나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슬픔과 고통과 눈물과 원망과 질투와 싸움은 물론이고 죽음까지도…! 처음엔 재미로 했던 놀이가 시간이 흘러가니 결국에는 목숨을 건 경쟁과 싸움이 되고 말았답니다. 하느님은 여기저기 쫓아다니면서 말릴 틈도 없이 바쁘시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답니다. 하느님이 자기 짝을 숨겨놓은 곳은 깊은 바다 속도 아니고, 숲속도 아니고, 땅속도 아닌 곳, 바로 발바닥 아래라는 것을요. 그래서 발바닥이 부르틀 정도로 뛰어다니다가 더 이상 갈 곳 없이 멈춰 서서, 절망의 밑바닥에 내려가 본 사람만이 빙그레 미소를 짓게 되지요, 발바닥에 지도처럼 새겨진 짝의 모습을 보고! 꽃도 나무도 사람도 그리고 천국까지도,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바닥에 이르러서야 좋아하는 짝을 찾게 되고, 진정한 삶의 모습, 자신의 참 모습을 발견한다는 것을…! 마치 구름 속에서 떨어진 한 방울 빗물이 가장 밑바닥인 바다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비로소 위대한 존재라는 걸 “아하”, 하며 깨닫듯이…!
▷ 6월 첫 등교일입니다. 알에서 깨어난 새처럼 유월 하늘을 힘차게 날개짓하며 신록의 세상을 맘껏 달리는 날들이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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