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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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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51(20240524)
작성자 송창우 등록일 24.05.24 조회수 18
첨부파일

제나온 쉰한 번째 편지, 2024524, 금요일에

 

하늘

-태민으로부터 / 박준

 

 

엄마,

이곳에도

한국의 가을하늘 같은 하늘이 있어요

 

그러면 나는 이 하늘 아래에서

축구공을 멀리 차보기도 하고

야구공을 세게 던져보기도 하고

운동장에 그대로 누워 먼 구름을 바라보기도 하고

온몸으로 바람을 맞이하다

엄마와 아빠와 태윤이를 생각하기도 해요

 

엄마,

이곳의 하늘 아래에서는

수학을 공부할 필요가 없어서 좋아요

어려운 수학공식과 복잡한 숫자가 아니라도

내가 태어났을 때의 몸무게와

엄마의 생일과 아빠의 생일 그리고 태윤이의 생일처럼

소중한 날들을 기억하고 계산할 수 있어요

그런데 혜란이의 생일은 자주 깜빡하는 것 같아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엄마,

이곳의 하늘 아래에서는

구석진 곳에 몰래 숨어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되고

쓸데없는 일로 벌을 받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싸움을 할 만큼 화가 나거나

슬픔 같은 감정이 들지 않아 좋아요

다만 그리울 뿐이에요

 

늘 타던 자전거와

등에 딱 붙던 가방이 그립고

야식으로 먹던 치킨이 그립고

주말 저녁 팬에 담겨 있던 고기볶음이 그립고

엄마가 만들어주던 숙주나물이 그리워요

그렇지만 엄마가 몇 번 사왔던

디자인 이상한 옷들은 그립지 않아요

으흐흐

 

엄마,

내가 지금 가장 그리워하는 것은

바로 엄마와 아빠, 태윤이에요

 

그렇지만 나는

완전 상남자이니까

완전 인기남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엄마 아빠의 영원한 아들이니까

태윤이의 영원한 형이니까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외로울 것도 슬플 것도 하나 없어요

 

그리고 엄마,

엄마가 만들어준 주민등록증은

아주 소중하게 잘 쓸게요

사실 민짜가 풀리는 날이 오면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갈 것이거든요

그 다음 날에도 꿀물, 타주시는 것 잊으면 안 돼요

 

엄마,

이제 이곳에도

한국의 봄 같은 봄이 오고 있어요

 

봄이 오면

저는 친구들과 더 늦게까지 놀 수도 있고

오토바이를 타고 꿈결인 듯 씻은 봄길을 달릴 수도 있어요

 

그리고

사랑하는 엄마의 생일도 돌아와요

 

19년 전 오늘, 엄마가

나를 나에게 선물해주었으니까

나도 엄마에게 나를 선물로 드릴게요

 

엄마도 오늘 내 치즈케이크를 많이 먹어요

더없이 맑고 넓은 저 하늘은 덤으로 드릴게요

 

엄마

여름날 불어드는 소슬한 바람도

겨울, 집 안의 따뜻한 온기도

영원히 함께 할게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몇 번이고 말하고 싶어요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지 않은 것의 차이는 뒤돌아봄이 아닐까요? 살아 있는 것들은 사랑과 미움을 돌아보며 눈물꽃 웃음꽃을 쓰다듬지만, 하늘에서는 뒤돌아볼 새가 없답니다. 생의 수고로움을 끝낸 황홀함만 펼쳐지니까요. 생의 정수리에 마지막 남은 에너지로 노를 저어 누구나 한번쯤 루비콘 강을 건너지만, 강 건너 쪽 피안의 세상에 도착하면 시간의 화살처럼 뒤돌아 볼 새도, 다시는 돌아올 틈새도 없답니다. 그러니 이제는 우리가 만나러 가야합니다. 가서 말해야 합니다. 너처럼 나도 잊고 살았다고. 가서 껴안아야 합니다. 너처럼 나도 몰라보게 새로운 생을 살다 왔노라고! 이승과 저승이라는 차이의 가벼움이라니요. 맘껏 제멋대로 살다가 사랑의 허방인 뒤돌아봄도 두려워 않고 폴짝 사뿐히 건너뛰는 멋진 제나온 친구들을 응원합니다. 오늘, 체험학습에서 별일 없이 돌아오는 금요일, 가족들과 함께 혹은 친구들과 함께 칼국수를 먹거나 순대국밥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평범한 일상의 제나온 친구들을 사랑합니다!

 

 

학교생활 중, 친구나 선생님과 찍은 사진을 보내주거나 제나온 편지에 대한 답장이나 소감문 등을 보내주는 친구에게는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정성들여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내용에 따라 선별하여 본인 허락을 받은 후, 제나온 편지에 싣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학교생활 중 궁금한 일, 함께 하고 싶은 일,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즉시 달려가 기꺼이 마중하겠습니다!

 

이번 주 체험학습이나 졸업앨범 사진 등을 함께 공유할 사진을 보내주시는 친구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드립니다. 멋진 사진으로 기쁨 함께 나누실래요?

 

마음 치유 도우미(상담실) :

전북제일고 심리 전문상담교사 곽소라 063-840-9769(익송관3층 상담실)

 

학교생활 도우미 : 전북제일고 위클래스 담당교사 송창우 010-7163-7249, songbee1223@hanmail.net (본관 3층 생활안전부)

 

이글은 우리 학교 홈페이지(https://school.jbedu.kr/jbjeil)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홈페이지학생마당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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