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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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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50(20240523)
작성자 송창우 등록일 24.05.23 조회수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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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쉰 번째 편지, 2024523, 목요일에

 

모른다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김해자

 

 

임명선(37)

나는 여태껏 누구도 때려본 적이 없다. 집에서는 아버지,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맞았고, 경찰관에겐 경찰봉으로, 교도소에선 수감자들에게 맞았다. 나는 어릴 때 술 취한 아버지를 피해 여동생들과 도망 다녔다. 폐가나 다리 밑이 우리집보다 좋았다. 아버지가 아침에도 술을 마실 땐 책가방 없이 학교에 갔다. 우욱 더러워, 냄새나, 친구들이 놀려 거리를 배회했다. 20살에 살인죄로 내가 체포되었을 때, 아버지는 중환자실에 있었고 정신질환을 앓던 어머니는 내가 몇 년형을 언제 선고받았는지 모른다.

 

강인구(36)

왼팔에 장애가 있던 엄마는 노점에서 과일을 팔았다. 아버지는 술에 취하면 엄마를 괴롭혔다. 일곱 살 때다. 아파서 괴롭게 누워 있던 엄마가 흰 종이에 뭔가를 써서 나한테 주었다. 나는 신나게 가게로 달려가 쪽지를 내밀었다. 내가 사온 것을 입에 털어 넣은 엄마 입에서 자꾸만 하얀게 나왔다. 뽀글뽀글 나오는 거품을 옷소매로 닦아주며 나는 어머니 품에서 잠들었다. 어머니가 날 끌어안고 잔 그날은 내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10만원짜리 월세방에서, 이상한 약을 사다 줘 엄마가 죽었다며, 아버지는 없는 엄마 대신 나를 쥐어박았다. 나는 19살에 살인범이 됐다. 세상은 아버지를 지적장애인이라 부른다. 나도 똑같다고 한다. 아버지처럼 나도 한글을 모른다. 조서도 진술서도 모르고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른다.

 

최대열(36)

하반신 마비 1급 장애인 어머니와 척추장애 5급 장애인인 아버지 대신 나는 일찍부터 가장 노릇을 했다. 누나는 중학교 졸업하고 19살에 시집갔다. 나는 지적장애라 읽고 쓸 줄 모르지만 동생만큼은 공부시켜 주고 싶었다. 어린 동생과 부모님을 돌보며 중학교를 졸업한 나는 매형이 다니는 공사판에서 일하던 중 경찰한테 끌려갔다. 부모님도 돌봐야 하고, 돈 벌어 집도 사야하고, 동생 학교도 보내야 하는데. 나 없는 동안 식구들이 어찌 살까 그것만 걱정됐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불었다.

 

 

하느님을 찾아야 돼요! 세상의 죄를 둘러쓴 삼례가 하느님을 찾아 나섰어요. 하느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주세요. 이리저리로 떠돌다 삼례에게 붙들린 고양이가 말했어요. 하느님은 키가 작단다. 아하, 키가 작은 분이시구나. 모두가 굽 높은 키높이 구두를 신어서 작은 사람은 보이질 않았지요. 할 수 없이 찻길을 위험하게 건너는 고라니를 붙잡고 물었지요, 내 죄를 용서하실 우리들의 하느님은 어디 있어요? 하느님은 조용히 걸으시는 분이란다. 나처럼 두려워하며 뛰어다니는 분이 아니고말고. 뒤쫓는 사람도 없었지만 다들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뿐이어서 하느님을 만날 길이 없었어요. 다짜고짜 다리도 없는 지렁이에게 물었어요. 하느님이 어디에 계시는지 알려주세요! 하느님? 집이 없으면 하느님이지, 집 없는 사람들의 집이 되다 보니 한 곳에 머물 수가 없단다. 아하, 집 없이 사시는 분이 하느님이시구나. 하지만 아무리 수소문을 해도 하느님을 찾을 수 없었어요. 어느 날 기어다니다가 굴러다니기도 하는 신통방통한 콩벌레를 만나서 물었어요. 제발 하느님 있는 곳을 가르쳐주세요. 이름을 가르쳐 줘야 사는 곳을 알려주지? 삼례가 꽉 그러쥔 손을 폈어요. “무죄!” 해진 종이 위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글자를 읽을 수 없는 삼례가 콩벌레에게 내민 손바닥 위에 두 글자라니요!

 

 

학교생활 중, 친구나 선생님과 찍은 사진을 보내주거나 제나온 편지에 대한 답장이나 소감문 등을 보내주는 친구에게는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정성들여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내용에 따라 선별하여 본인 허락을 받은 후, 제나온 편지에 싣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학교생활 중 궁금한 일, 함께 하고 싶은 일,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즉시 달려가 기꺼이 마중하겠습니다!

 

화요일에 34일 일정(2024521~524)으로 2학년 제나온 친구들이 제주도로 체험학습을 떠납니다. 아름다운 추억 저장하시기 바랍니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제주도 사진을 위클래스 담당교사에게 올려주는 분들에게는 멋진 선물을 드리고 제나온 편지에도 싣습니다. 신바람 추억을 함께 공유해 보실까요? 이번 주 실시하는 1학년 체험학습과, 3학년 졸업앨범 사진 촬영 중에서 함께 공유하고 싶은 사진을 보내주세요. 멋진 추억 사진으로 기쁨 함께 나눠봅시다!

 

마음 치유 도우미(상담실) :

전북제일고 심리 전문상담교사 곽소라 063-840-9769(익송관3층 상담실)

 

학교생활 도우미 : 전북제일고 위클래스 담당교사 송창우 010-7163-7249, songbee1223@hanmail.net (본관 3층 생활안전부)

 

이글은 우리 학교 홈페이지(https://school.jbedu.kr/jbjeil)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홈페이지학생마당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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