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5일 경건의 시간(춘풍추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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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한승진 | 등록일 | 22.07.09 | 조회수 | 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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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5일 경건의 시간
춘풍추상
마태복음 7장 1-5절이다.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보라 네 눈 속에 들보가 있는데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하겠느냐,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 ? 요즘 회자(膾炙)되는 말 중‘내로남불’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이다. 이는 자신에게는 한 없이 관대하고, 남에게는 한 없이 엄격한 경우를 말한다. 내가 잘못하면 어쩌다 한 번 실수로 그런 것이고, 잘하려다가 뜻하지 않은 실수일 뿐이다. 나만 그런가? 남들도 그러니 큰 문제될 것 없다. 이처럼 내게는 한없이 관대하다. 그런데 남에게는 정반대로 너무도 냉정하다 못해 냉혹할 정도로 차갑다.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죄인 취급하고 분노에 찬 눈으로 째려본다. 예리한 칼날처럼 냉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한다. 이 칼날에 살아남을 자가 없다. ? 도대체 왜 이럴까? 똑같은 사건도 나와 남에게 너무도 다르게 적용된다. 달라도 너무도 다르다. 이렇듯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하고 남에게는 냉혹하게 평가한다. 이것이 극히 일부의 사람의 경우이거나 일생에 가끔 그러는 것이면 좋은데 그렇지 않다. 이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여기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러다보니 우리는 이런 자신의 모습조차 알지 못한다. 워낙 이런 자세가 익숙해지고 당연시되고 자동화되다보니 생각조차 없다. 때로는 강자로서 군림하면서 약자에게 이런 자세를 취한다. 나 자신도 그렇다. 나를 아는 지인들이나 동료들은 이런 나를 알아채지만 이에 대해 잘 말하지 못한다. 혹시라도 내가 기분 나빠할까 봐, 괜히 말해서 사이만 멀어질까봐 자칫 화를 내면 어쩌나하는 생각들로 그럴 것이다. 사실 나도 이런 사람을 보면서 쉽게 충고하거나 조언하지 못한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잘 알지 못한다. ? 고맙게도 내게는 쓴 소리로 나를 돌아보게 해주는 사람이 한 명 있다. 그 사람은 우리 집 막내아들이다. 막내아들은 아빠인 나와 격의 없이 지내다보니 아빠에게 거침없이 말을 한다. 그러다보니 예의에 어긋나는 말을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다정다감한 부자지간의 대화로 좋은 면이 많다. 나는 막내아들을 향해 야단을 치곤 한다. 막내아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지적거리이다. 어쩌면 이렇게 내 눈에는 지적할 거리가 넘치는지 조목조목 지적하다보면 내가 이렇게 예리하고 논리적인가 싶기도 하다. 내 지적질에 듣고 있던 막내아들이 가끔은 항변한다. 우리 집 막내는 특유의 기억력 천재이다. 공부한 것을 잘 기억하면 좋으련만 그건 부족하고 일상생활에 관한 건 기억을 잘한다. 막내의 기억력은 자신에게 불리한 건 기억을 잘 못하고 유리한 것에 대해선 기억을 잘하는 선택적 경향이 확연하다. 이런 막내가 항변할 땜 뜨끔한다.“아빠는 내게는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아빠는 왜 안 하는데.” 하면서 정확한 날짜와 상황에 내가 하지 않은 것들을 제시한다. 듣다보니 그 말이 맞다. 할 말이 없다. “아빠는 그래도 되고, 넌 안 돼.”하고 힘으로 누를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줄 알기에 인정할 건 인정한다. 그리곤 곧바로 지적질을 멈춘다. 그리고 사과한다. 막내아들은 야단맞다가 그 야단에서 벗어남은 물론 아빠에게 사과를 받아내는 완벽한 승리자가 된다. 반대로 나는 아빠의 권위로 지적질하다가 본전도 못 찾고 완벽한 패자로 전락하고 만다. 나는 막내가 말하기 전까진 내가 말과 행동이 불일치한 것을 생각조차 안 했다. 아무 일도 잘못도 없었다는 듯이 막내 앞에 도덕군자 노릇을 한 것이다. 얼마 전부터 잠 들기 전 오늘의 나를 돌아보곤 한다. 요즘 내가 정한 삶의 지표가 ‘춘풍추상’(春風秋霜)이다. 우리는 타인에게는 춘풍처럼 너그러워야 하고 자신에게는 추상처럼 엄격해야 한다. 이 말은 내 대학 시절 은사이신 고 신영복 선생님의 서체작품집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은《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줄인 말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의식적으로 내게 관대. 남에게 냉정하려는 마음을 돌이켜 반대로 해야한다. 이를 의식적으로 해야만 우리는 자기중신적인 이기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오늘도 잠들기 전 시를 한 편 되뇌어본다.
동해바다 -후포에서
신경림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 한 잘못이 맷방석만 하게 동산만 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워질수록 남에게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 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 보다
멀리 동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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