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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작성자 김해인 등록일 15.08.28 조회수 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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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있는 여유의 역설

시험이 끝나고 짧게나마 가지는 해방감이라던지, 감기 몸살을 핑계로 침대에 누워 느끼는 아늑함이라던지, 금요일 저녁, 다음 날의 힘겨운 등교걱정 없이 마음껏 즐기는 작은 유흥이라던지, 우리는 '이유 있는 여유'를 즐기곤 한다. '이유에 의한' 여유를 말이다.
하루의 3분의 2가량을 학교에서 보낸다는 것은 상상 그 이상으로 놀라운 일이다. 8시 반이 채 되지않은 시간을 기점으로, 하루의 끝을 친구들과의 하교로 마무리 한다는 그 기본적인 일상마저 우리가 얼마나 학교를 통해 많은 영향을 받고있는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수면과 식욕 절제는 물론, 본능적인 생리현상까지 아주 철저하게 지배하고있는 이 '14시간'의 파장은 급기야 '이유있는 여유'를 불러일으키고 만다. 한시라도 더 자고픈 마음에, 한시라도 더 쉬고픈 마음에 생겨난 '그것'은 어찌 보면 숨 쉴곳을 찾기 위한 발악일수도있고, 나를 속죄하는 것으로부터의 반항일지도 모른다. 결국, 시험 뒤에 나를 찾아온 '해방감'은 그동안의 나에게 주는 '보상'의 단면이였으며, 감기라는 명목 하에 즐겼던 아늑함은 피곤함에 지쳐쓰러지는 듯 취하는 숙면에 대한 '미안함의 표현'이였던 것이다. 이는 금요일의 작은 유흥마저 지난날에 대한 '치기어린 반항심'이였음을 그대로 보여주고있었다.
결국 여유는 이 '이유덩어리'에 밀려, 제 자리를 넘겨주고 만다. 그리고 남는 것은 또 다시 반복되는 일상들이다. 지극히 평범하며, 지극히 이성적인 그 일상은 또 한 번 우리에게 이유있는 여유를 만들어낸다.
여유를 상대로 이루어지는 이해타산적이고도 치밀한 눈가림은 학교뿐 아니라 우리의 생활 곳곳에서 이루어진다. 그 곳이 삭막하고 견디기 힘겨운 곳이라면, '이유있는 여유'는 더욱이 힘을 얻는다. 자기 스스로에게 건네는 토닥임의 존재로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멀고도 험한길의 '이유있는 여유'의 속내가 드러난다.
그리고 끝내 우리는 여유를 즐기지 못한다. 내가 해야하는 일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을 만끽한다는 즐거움을 깨닫지 못하고, 독촉이나 재촉이 아닌, 한가로이 무엇을 해낸다는 뿌듯함을 느끼지 못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여유있는 여유를 즐겨야한다.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 행동하는 그러한 여유를 즐겨야한다. 어디하나 쉽지 않은 길은 없다. 오르막길이 무서워 평평한 길을 선택한 사람에게는 그 끝을 쉽게 가늠할 수 없다는 패널티가 주어지기 마련이고, 파도가 두려워 산길을 선택한 사람에게는 더욱이 고요한 어둠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여유를 찾아야한다. 이유에 의한 여유가 아닌, 여유를 위한 여유를 말이다.




김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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