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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번이라는 이름으로 맺은 소중한 인연
작성자 이종인 등록일 07.11.23 조회수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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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영여고’하면 떠오르는 훈훈한 제도가 있다. 바로 짝번제이다. 짝번제란 1,2학년의 같은 반, 번호를 가진 학우들이 서로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제도이다. 짝번제를 행하는 학교가 드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짝번제가 근영의 제도를 대표하게 된 데에는 학우들의 자발적인 참여의 덕이 크다. 근영여고의 학기 초가 되면 각 교실에서는 짝번을 기다리거나 짝번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며 설레는 학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근영여고의 전통이 되면서 짝번제는 근영의 선후배 관계를 개선하는데 무엇보다 많은 기여를 했다고 평가한다. 선후배 사이에 작은 선물이나 간식, 정이 담긴 쪽지가 오가면서 서로 알고 지낼 기회가 없던 선후배의 친분관계가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서 어렵고 서먹했지만 , 서로의 작은 정성과 성의로 좀 더 폭넓고 소중한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는 것이다. 권위적이고 어려운 존재로만 알았던 선배라는 이름과의 편한 인연은 선후배 모두의 학교생활에 작은 재미를 더하고 있다.

그러나 짝번이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이런 소중한 관계는 깨지기 또한 쉽다. 학기 초 서로의 먼 교실까지 왕래하며 선물과 함께 교환하던 정성과 친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신입생들이 처음 접해보는 짝번제에 대해 줄기차게 질문했을 때 “성의가 필요한 관계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짝번이 아니니만 못할 뿐”이라고 돌아온 대답도 그 현상을 말해준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를 찾는 빈도가 줄어들다가 결국에는 아예 모르는 사람들의 관계보다도 더 민망한 사이가 되는 것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짝번제라는 그 아름다운 이름만큼 그것을 지켜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짝번제는 단지 타교 학생들의 부러움을 사기 위한, 또는 고등학교 입학생들에게 근영여고를 홍보하기 위한 겉치레뿐인 제도로 끝나서는 안 된다. 학우들의 작지만 끊임없는 관심이 있을 때에 비로소 짝번제는 유지될 것이다.

더욱 끈끈한 선후배 관계를 위해 반끼리 정기적인 연락 기회를 만들거나, 한 학기마다 짝번을 바꾸는 등의 효과적인 개선책 또한 필요할 것이다. 학우들의 짝번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획기적인 개선책으로 퇴색해가는 짝번제의 미덕이 하루 빨리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청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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