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


웃겨야 사는 디자인

이름 한진주 등록일 15.11.18 조회수 365

웃겨야 사는 디자인

21세기의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유머가 아닐까? 보는 순간 ‘풋’ 하고 웃음이 나오는 제품을 만든 디자이너에게, 어떻게 하면 이런 웃긴 디자인을 생각할 수 있는지 물었다

 

설거지용 식빵_sandwich sponge  


디자이너_ 양재원(한국, 파운틴 스튜디오 대표)
디자인이 떠오른 순간_ 설거지할 때 사용한 스펀지의 촉감과 식빵을 먹으면서 본 입자의 모양이, 셀룰로오스 소재를 보는 순간 오버랩됐다.    
인상적인 반응_ “이거, 먹어도 되나요?”
자신의 디자인을 설명하는 결정적 단어_ ‘추억’. 오감이 기억하는 이야기는 내 디자인에 자연스레 반영된다. 한 예로 ‘큐트 퍼피(Cute Puppy)’는 집 앞 실개천에서 운동하는 아주머니와 나란히 뛰어가던 강아지를 보고 생각한 것이다. 털은 길고 다리가 짧아서 온몸으로 거리를 쓸고 다니는 모습이 학창 시절 청소할 때 쓰던 대걸레와 겹쳐 보인 것. 그래서 더 많이 돌아다니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려고 한다.   

이보다 웃긴 디자인_ 램프에 날개가 달린 잉고마우러의 ‘루첼리노 램프’와 춤을 추며 와인을 따는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안나 G’.
(왼쪽부터) 삽살개처럼 생긴 대걸레, 식빵처럼 생긴 설거지용 스펀지 ‘샌드위치 스펀지’.

 

 

신성한 토스트_holy toast


디자이너_ 제이슨 아멘돌라라(미국, 생활용품 브랜드 ‘프레드 앤 프렌즈’의 아트 디렉터)  
디자인이 떠오른 순간_ 토스트에서 동정녀 마리아의 형상을 본 여자의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녀는 나중에 이베이에서 그 토스터를 무려 2만8천 달러에 팔았다. 그래서 누구든 평범한 토스터를 훨씬 재미있는 무언가로 바꿔놓을 수 있는 식빵용 스탬프를 만들게 됐다.   
인상적인 반응_ 이 제품에 대한 증오감으로 가득한 메일을 받았다. 나를 웃게 하는 건 종교적 광신도들이 농담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제품은 <아키텍처 다이제스트>의 러시아판에서도 언급됐는데, 굉장히 진지한 종교적 주제의 디자인 제품과 함께 소개됐다. 그들도 내 농담을 이해하지 못한 게 확실하다.
선물하고 싶은 사람_ 교황에게 하나 보내려고 한다. 그가 토스트를 매우 좋아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디자인을 설명하는 결정적 단어_ ‘단순한’. 보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고 그 제품과 바로 소통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좋아한다.
(왼쪽부터) 카세트테이프 모양으로 만든 가방, 식빵을 스탬프로 누른 다음 토스터에 넣으면 성모 마리아상이 보이는 ‘홀리 토스트’

 

 

재떨이 공장_ashtray factory 


디자이너_ 레이먼 미들쿠프 & 크리스 코엔즈(네덜란드, 디자인 그룹 인보티스오렌지(Invotisorange) 소속 디자이너들)
인상적인 반응_ 이 ‘재떨이 공장’은 굉장히 새롭지만, 아직 논평이나 언급된 건 많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의 디자인이 실용적이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깔끔하고 실용적인 물건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 목표는 디자인에 감정과 재미 그리고 가끔 시적인 느낌을 집어넣는 것이다.
선물하고 싶은 사람_ 담배 피우는 사람에게 좋은 선물이 될 거다. 그 사람 역시 선물받는 걸 행복해할 것이다.
재미있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노력_ 유머는 우리 삶의 기본적 요소다. 하지만 우리는 작업을 하면서 서로 웃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만약 제품이 농담처럼 만들어진다면 그만큼 빨리 지루해질 테니 말이다. 우리는 언제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주기에 재미있고, 갖기에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자신의 디자인을 설명하는 결정적 단어_ ‘공감 가는’. 
이보다 웃긴 디자인_ 만약 우리의 디자인보다 더 웃긴 게 있다면 그거야말로 농담이다.
(왼쪽부터) 문이 닫히지 않게 받쳐주는 사람 모양의 문 고정 받침 ‘노르만 더 도어맨’, 담배를 꽂아두면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재떨이 공장’.

 

 

점프하는 샐러드 서버_jumpin jack salad servers


디자이너_ 오토토(이스라엘, 오리 사이디와 다니엘 가스너로 구성된 디자인 듀오)
디자인이 떠오른 순간_ 샐러드 그릇에 뛰어드는 남자를 생각했다.
인상적인 반응_ 이 제품을 보고 웃기 시작하더니 죽은 남자가 있다(물론 농담이다).
선물하고 싶은 사람_ 우리 엄마.
재미있는 디자인을 생각하기 위한 노력_ 우리는 초콜릿을 정말 많이 먹는다. 
자신의 디자인을 설명하는 결정적 단어_ ‘실용적인’.
이보다 웃긴 디자인_ 스튜디오 야고프 카우프만의 ‘모리스 메모(Morris Memo)’. 말 모양의 메모지함인데, 등에는 메모지를 보관하고 집게형 입으로는 메모지를 물 수 있어 중요한 일을 기억하기에 좋다. 
(왼쪽부터) 비틀스의 노래에서 영감을 얻은 노란잠수함의 모양티백'티 서브 ' 샐러드볼에 남자가 거꾸로 빠진것처럼 보이는 샐러드 서버

 

 

 


컵라면을 지키는 영웅_cup men

 

디자이너_ 아키라 마부치(일본, 아키라 마부치 디자인 대표)
디자인이 떠오른 순간_ 사람들은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은 다음 보통 주변에 있는 아무 물건이나 올려놓는다. 어느 날 문득 그게 불편하고 재미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간 동안 누군가가 뚜껑을 대신 눌러주면서 즐겁게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디자인한 제품이 ‘컵맨’이다.  
선물하고 싶은 사람_ 특별한 사람은 없다. 많은 사람이 이걸 사용하면서 즐거워하면 좋겠다.
재미있는 디자인을 생각하기 위한 노력_ 어떻게 하면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행복한 느낌이 들까 생각한다. 
이보다 웃긴 디자인_ 마키코 요시다의 ‘카오마루’. 갈색 얼굴 모양의 인형인데, 주물러 표정을 바꿀 수 있다. 모양과 촉감 모두 흥미롭다.
컵라면 뚜껑이 열리지 않게 잡아주면서 라면이 익는 시간까지 알려주는 ‘컵맨’ 1과 2. 컵맨의 팔 부분이 하얗게 변하면 라면을 먹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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