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대폭 증가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마치 암호처럼 이해하기 힘든 통신언어 사용이 만연하고 있다. ‘크크’나 ‘키키’ 등 웃음소리를 뜻하는 ‘ㅋㅋ’, 남을 빈정거리거나 마음에 안 들 때 쓰는 ‘즐’, 어이없다는 표정의 ‘--’ 등은 한 때 10대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통신언어로 조사된 바 있다. 자주 통용되는 통신언어의 또 다른 예들은 ‘ㅇㅇ’(응응), ‘헐’(황당하다), ‘ㅠㅠ’(눈물 흘리는 표정)를 비롯하여, ‘머시따’(멋있다), ‘넘’(너무), ‘봅시당’(봅시다)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위에서 보듯이 통신언어는 우리말 각 음절의 첫 자음만을 따서 쓰기, 의성어 및 의태어 사용, 이모티콘의 활용, 소리 나는 대로 적기, 축약어 이용과 불필요한 자음 첨가와 같은 특징을 띠고 있다. 컴퓨터 통신에서 소위 N세대(Network 세대)가 사용하는 이 같은 언어들은 기성세대로서는 풀기 어려운 암호와 같은 존재로 보일 따름이다.
영어에서도 b4(before), btw(by the way), brb(be right back), lol(laughing out loud), ttyl(talk to you later), cu 2nite(see you tonight) 등과 같은 표현이 인터넷이나 휴대폰에서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가급적 철자 수를 줄여 나타내거나, 단어의 첫 글자만으로 된 두(頭)문자어를 이용하기도 하고, 영어의 표준 철자법에 어긋나는 변이형을 쓰는 식이어서 영어사전을 편찬한 새뮤얼 존슨(Johnson)이 살아 있다 해도 그 기발함에 놀라워했을 것이다.
물론 신속함과 즉시성이라는 인터넷의 특성상 글자를 빠르게 입력해야 하는 점 때문에 단어를 가능한 줄이고, 발음하는 대로 써야 경제적이며 속도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또한 얼굴을 마주 보고 의사전달을 하지 못하는 휴대전화 공간에서는 감정이나 느낌을 전달하기가 용이하지 않아서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모티콘을 붙이는 점도 납득이 간다.
그러나 통역이 필요할 정도로 난해한 통신언어의 지나친 사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터넷 공간을 넘어 일상생활로 빠르게 침투하는 통신언어의 확산은 언어의 진화인가 아니면 언어의 파괴인가?
언어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항상 변화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단어들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할 때 청소년들이 그들만의 새로운 언어를 사용하여 또래집단과 대화를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지 모른다. 더욱이 제한된 통신 공간에서 재미있는 어휘를 풍부히 구사함으로써 언어적 창의성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시각적인 감정 표현을 통해 채팅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세대가 많이 퍼뜨리는 통신언어는 국어의 표기법과 문법 체계로부터 광범위하게 일탈한 것이어서 한글을 훼손시키는 것은 물론 글쓰기와 일상적인 언어 생활에서도 무분별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많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통신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는 자고 나면 생기는 인터넷 신조어에 대해 더욱 큰 우려를 갖고 있다. 일례로 국립국어연구원이 실시한 2015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에서는 성인 응답자의 약 60%가 의미를 알 수 없는 통신언어의 표현들로 인해 우리말이 파괴되고 있으며, 젊은 층들이 사용하는 통신언어 때문에 세대 차이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대의 중요한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자리 잡은 통신언어는 사이버 공간에서 활발하게 사용되어야 하지만, 우리말 문법과 맞춤법을 파괴하여 생활언어 사용에 혼란을 야기하고 세대 간 의사소통의 단절을 초래할 정도까지 변형되어서는 곤란하다. 가정과 학교에서 사이버 언어를 순화하는 교육과 더불어 생활 속의 언어 예절을 강화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제주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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