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순신 장군 동상이 돌아옵니다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복원공사에 들어간 서울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이 오는 23일 복귀할 예정인 가운데 21일 서울시 관계자들이 기단 공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2010.12.21 jeong@yna.co.kr |
(서울=연합뉴스) 실존 이미지와 동떨어져 잘못 제작됐다는 논란이 수십 년째 이어지는 충무공 이순신 동상이 광화문 광장을 떠난 지 40일 만에 돌아온다. 서울시는 지난달 전면 보수차 이천공장으로 옮긴 동상을 밤새 이송, 원위치에 재설치하고 23일 새벽 동트는 시점에 공개한다. 이 동상은 구멍이 나고 깨진 부위 22곳을 수리하고 내부를 보강했으며 표면은 암녹색으로 다시 코팅됐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순신 동상 재설치를 기념해 해군 의장대와 군악대, 강강술래 공연 등을 준비했다. 문제는 이번에 거액을 들여 성형수술 등으로 새롭게 단장한 충무공 동상이 지난 1968년 설치 당시, 잘못된 고증으로 '짝퉁' 제작됐기 때문에 다시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반론이 기존 동상 유지론을 압도한다는 것이다.
30여 년 전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각계의 여론을 수렴해 동상 교체를 결정하고 예산까지 책정했던 사실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문화재제자리찾기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미 서울시에 광화문 충무공 동상의 철저한 고증 등을 위한 공청회 요구서를 공식 제출한 상태다. 또 서울시의회 문상모 의원 등이 " '짝퉁' 이순신 동상 복귀 보류' 결의안을 낸 가운데 시의회가 이 문제를 곧 본격 토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옛날 중국 스타일의 갑옷 차림에 일본식 칼을 찬 충무공 동상의 정체성을 차제에 확실히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왼손잡이가 아닌데도 칼이 든 칼집을 오른손에 잡아 패장 이미지를 풍기고, 얼굴 모습이 현충사의 국가표준영정과도 크게 다르다. 또 갑옷 자락이 발목까지 흘러 활달한 무인의 기상이 아닌데다 독전고가 똑바로 서지 않고 누워 맥이 빠졌다는 것이다. 동상과 거북선, 좌대 등의 전체 조형물조차 일본 미야자키에 있는 해군 발상지 기념비와 흡사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과거 고증과정에서의 치명적 허점들이 사실이라면 광화문 광장의 충무공 동상은 이번처럼 성형보수 정도로는 안 된다. 1905년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일본의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도 '전쟁과 바다의 신'으로 숭모했다는 영웅 이순신의 이미지를 제대로 구현한 동상을 다시 제작해야 한다.
앞서 1977년 서울시는 이런 문제점에 대해 당시 문화공보부 영정심의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문공부는 1979년 5월 새로운 동상을 만들도록 허가했으며, 1980년 당시 새 동상 건립 예산으로 2억 3천만 원이 책정된 바 있다. 그러다 10·26 사태 여파로 정국이 요동친 가운데 동상 원작자의 예술성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맞물리면서 이 문제는 흐지부지됐다. 문화재제자리찾기행동의 사무총장 혜문스님은 "이순신 동상의 칼이 직선형의 일본식, 갑옷은 패치워크 스타일의 중국식이라는 것도 공지의 사실"이라며 "차제에 다시 철저히 고증하고 나서 새로 제작하는 문제를 본격 공론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대왕이 새 주인으로 들어선 광화문 광장으로 충무공 동상이 복귀해야 합당하느냐는 문제도 나오고 있다. 기왕 이순신의 시호에 따라 명명된 충무로 인근 남산자락 등에 충무공 이순신 광장을 따로 조성하고 제대로 만든 동상을 봉안하면 좋을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논란 속에 묻히고 덮어둔 숙제를 해결하는 방안이다. 42년 전 동상이 건립되기까지 해당 조각가와 제작진이 나름대로 당시 상황에서 온 힘을 다했을 노고는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한두 문제도 아니고 허점 투성이인채 그대로 외형만 수리해 다시 세워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노릇 아닌가. 임진왜란 당시 나라와 백성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낸 성웅 이순신 제독을 따로 잘 모셔 국가와 민족의 사표로 숭앙해야 한다. 서울시의회의 본격 토의, 공청회 개최와 함께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 해군, 조각가협회 등이 참여하는 자문위원회 구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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