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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참으로 어려운 우리말 띄어쓰기-한옥마을 기사스크랩

이름 신수아 등록일 18.06.14 조회수 250

아줌마 내장탕, 엄마 손 칼국수, 할머니뼈 해장국. 한국에서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외국인들이 이런 식당 간판을 보고 깜짝 놀란다고 합니다. 아줌마 내장으로 탕을 끓이고, 엄마 손으로 칼국수를 만들고, 할머니 뼈로 해장국을 끓이다니…. 도대체 무슨 맛일까요. 엽기적이네요.

물론, 한국 사람들은 이 정도는 다 알아서 띄어 읽지요.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식의 고리타분한 우스개에 웃을 사람도 별로 없을 겁니다. 하지만 따지고 들어가면,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띄어쓰기 하나로 문장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서울시어머니합창단'을 '서울시 어머니 합창단'으로 쓰는가 '서울 시어머니 합창단'으로 쓰는가에 따라 뜻이 달라지지요. '어머니 합창단'이 졸지에 '시어머니 합창단'으로 돌변하는 겁니다. '서울시 장애인 복지회'를 잘못 띄어 쓰면 '서울시장 애인 복지회'가 될 수도 있어요.

허름한 글쟁이인 나는 '우리말을 잘 모른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는 늘 우리말 사전 신세를 져야 하고, 중앙일보에 실리는 '우리말 바루기' 같은 기사를 부지런히 챙겨서 읽습니다.

글쟁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우리말은 정말 어렵습니다. 맞춤법도 까다롭고, 띄어쓰기는 더 어려워요. 한글학자들은 맞춤법을 지키는 것은 공식적인 글을 쓰는 데 지켜야 할 예의이고, 띄어쓰기 하나로 뜻이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오류를 막기 위해 띄어쓰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옳으신 말씀이지요. 한데, 수시로 바뀌는 통에 정신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짜장면은 틀렸다, 자장면으로 써라'라고 명령하더니, 조금 지나서는 '짜장면도 맞는다, 두 가지 다 써도 된다'고 하는 식…. 이런 예는 수없이 많지요.

띄어쓰기도 들쭉날쭉 이에요. 공부하면 할수록 궁금증이 꼬리를 물지요. 우리말 띄어쓰기의 기본 원칙은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예외가 많아서 정말 골치 아파요. 각 단어는 띄고, 의존명사도 띄고, 조사는 붙이고, 전체가 한 단어로 굳어진 낱말은 붙여 써야 하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본래 한글에는 띄어쓰기가 없었습니다. 전에는 띄어쓰기 없이 내리쓰기로 쓴 글을 읽으며 살았어요. 그러다가 조선어학회가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발표하면서 띄어쓰기가 생긴 겁니다. 왜 생겼을까요. 참고로, 우리의 이웃인 중국어나 일본어에는 띄어쓰기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도 띄어쓰기를 없애자고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너무 어렵다는 푸념이자, 제발 좀 쉽게 만들어 주십사하는 부탁이에요.

그나마 영어처럼 엄격하지 않은 게 다행이랄까요. 영어의 경우는 언어의 구조상 띄어쓰기가 철저히 지켜질 수밖에 없지만, 한국어의 경우는 혼란의 여지만 없다면 원칙을 지키지 않더라도 실제 사용에 그다지 큰 문제가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띄어쓰기를 완벽하게 지키는 한국 사람은 거의 없고, 실제 출판물에서도 띄어쓰기 규칙이 완벽하게 지켜진 것은 드물지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는군요. 그나마 글쟁이 숨통이 트인다, 후유~.

{출처-J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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